쌀 포장지에 '언니몇쌀'…"성희롱" vs "언어유희"

참진미곡 2014년 상표등록, 부여군농협쌀조합법인 통해 OEM 생산…"'미투 정국'인데" 논란

2018-12-03     김갑수 기자
지난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여성에 대한 성희롱일까 언어의 유희일까?

지난 2014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쌀 브랜드가 SNS를 통해 다시 한 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금이 전 아산시청 여성정책보좌관(전 시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니몇쌀’이라고 적힌 쌀 포장지 사진을 공개했다.

포장지에는 윗저고리를 입지 않은 긴 머리의 여성이 노란색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비옥한 토양에서 풍부한 햇볕을 받고 자란 윤기 있고 미질이 좋은 우리 쌀”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또 다른 포장지에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모자 위에 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 그러졌다.

이와 관련 윤 전 보좌관은 “성별영향평가법이 올해 개정돼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사업계획이나 조례를 만들 때 남성과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전에 평가하도록 돼 있다. 각종 홍보물 역시 마찬가지”라며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지 확인해야겠지만, ‘미투 정국’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브랜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할 때도 ‘언니 몇 살?’이라는 말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결혼 했니?’ 등과 마찬가지로 업무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생활에 관한 성희롱 발언”이라며 “쌀 포장지까지 여성을 성적대상화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쌀마을(전 참진미곡) 박한영 대표는 “2014년 해당 브랜드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도 서울지역 여성단체의 전화를 받았었다.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으로 희롱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오빠몇쌀’이라는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언니몇쌀’ 브랜드는 지난 2014년부터 박 대표가 부여군농협쌀조합법인에 의뢰에 주문자 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또 “외가가 충남 공주, 논산 쪽인데 과거 어머니들이 ‘언니 몇 살?’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신동엽 씨의 ‘싸다구’라는 광고에서도 착안해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언어유희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