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고 더 쓸쓸해졌다”....고 김복동 할머니를 보내며 

일본 정부의 사과, 왜곡된 과거사 바로잡기 숙제로 남아

2019-01-30     지유석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나를 찾고 더 쓸쓸해졌다.”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고 김복동 할머니는 다음 해인 1992년 1월 17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위안부 피해사실을 알린 뒤 5개월이 지나서였다. 

그후 27년이 지난 2019년 1월 28일 고 김 할머니는 숨을 거뒀다. 그토록 원했던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고 김 할머니는 일본인에겐 관대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에선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2016년 4월 구마모토현 등 규슈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고 김 할머니는 성금 100만원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해 10월 야마구치 대학 철학 교수였던 엔도 토오루(遠藤 徹)씨가 일본의 전쟁범죄를 사죄하겠다며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2016년

엔도 씨는 이때 "일본인이 여성들을 지옥으로 몰아낸 이 극악무도한 행위를 생각할 때, 저는 몸이 떨린다"고 했었다. 그러자 고 김 할머니는 "일본인은 죄가 없다. 잘못은 아베(총리)에게 있다"며 엔도 씨를 달랬다. 

한일 양국 모두 과거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은 자신들이 자행한 침략의 역사, 피지배국 여성들을 성노예로 착취한 역사를 부정한다. 한국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배상을 생략한 채 일본과 손을 맞잡았다.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역사 바로 세우기에 실패한 셈이다. 그나마 한국의 경우, 적폐청산의 목소리가 높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는 인식도 깊어졌다. 

반면 일본은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넘본다. 지난 연말엔 일본 자위대의 해상 초계기가 한국 해군 함정을 상대로 초근접위협 비행을 하며 군사적 긴장을 불러 일으켰다.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고 김학순 할머니도, 고 김복동 할머니도 20년 넘도록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할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책임 있는 대응에 미온적일 줄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찾고 더 쓸쓸해졌다"는 고 김 할머니의 탄식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일본 정부의 냉대와 한국 정부의 책임 방기를 오롯이 견뎌야 했던 고 김 할머니, 이제 그는 떠났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는 일은 남은 이들이 짊어져야 할 역사의 짐으로 남았다. 한일 양국의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 잡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남은 이들의 어깨가 실로 무겁다. 

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