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2] 성불사를 지켜 온 목신(木神)

벽사(辟邪)의 힘을 지닌 존재로 800년 넘게 자리 지켜 낮지만 폭 넓은 것과 기이하게 곧게 선 느티나무 두 그루

2019-04-29     장찬우 기자

 

[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 태조산 자락에 ‘성불사’라는 사찰이 있다.

이곳에 오르다 보면 경사면에 기이하게 생긴 느티나무 2그루가 눈에 띤다.

하나는 원줄기가 부러졌지만 남아있는 가지가 거대해 날개 같고, 뿌리에서 나온 여러 가지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낮지만 폭이 넓어 여느 느티나무와 비교해 묘한 느낌을 준다.

또 한 나무는 바위 위에 곧게 선 모습으로 바위를 조갠 뿌리가 강인한 인상을 주며 수형은 폭이 좁지만 수고가 높아 이 또한 기이하다.

천안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느티나무 주변에 수백년을 자란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여름에 이 길을 걸으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아름다운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보통 사찰 앞이나 마을 어귀에는 오랜된 느티나무가 많다.

느티나무는 농경사회 이전부터 사람과 가장 가까운 나무였다.

수명이 길고 거대하게 자라는 느티나무는 뜨거운 햇살과 강한 바람으로부터 사람을 지키는 정자목으로 늘 함께했다.

오랜시간 지내오면서 당산나무로 자리잡아 마을에 풍요를 주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왔다.

민간에서는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이나 수구막이 역할을 했고 사찰에서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벽사(辟邪)의 힘을 지닌 존재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불사는 태조산에 있는 절로, 고려 태조(재위 918~943)때 도선국사가 처음 세웠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하진 않다.

고려 목종 5년(1002)에 담혜가, 1398년에는 조선 태위가 무학대사의 권유로 고쳐 세웠다고 하는데 이 또한 정확치 않다.

설화에 의하면 고려 도선이 이곳에 왔을 때 백학(白鶴) 한쌍이 대웅전 뒤쪽 암벽에 불상을 조각하고 날아간 자리에 성불사를 지었다고 한다.

불상을 다 완성하지 못하고 날아갔기에 성불(不)사라고 부르게 됐다고 하는데 후에 성불(佛)사라 고쳐부르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대웅전 뒤편 암벽에는 완성되지 않은 불상이 새겨져 있다.

백학이 성불(成不)하지 못해 이루지 못한 성불(成佛)의 꿈을 허리가 굽은 목신(木神)이 함께 해온 것이다.

미완성의 완성이라는 절묘한 인생 철학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

 

성불사 느티나무

지정번호 8-3/8-4

지장일자 1982년 10월 15일

소재지 천안 동남구 안서동 178-8

수종 느티나무

수령 837년/557년(2019년 기준)

수고 14m/14m

흉고둘레 5.6m/4.8m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