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대전 대덕구민이 받은 상처

2019-06-07     황해동 기자
정용기(왼쪽)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최근 대전 대덕구가 정치인들의 신중치 못한 행실로 전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황해동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교하는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정 의장의 말 한마디는 정치권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일파만파를 불러일으켰다.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상대 정치권에게는 묵은 감정까지 털어낼 호기를 제공했다. 본인 탓이다.

‘막말’의 대상이 현 대통령이다 보니, 언론과 정치권을 비롯해 국민들 사이에서도 힐난을 받고 있다. 정 의장 본인을 향한 비난에 그친다면, 정치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일쯤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의 말 한마디로 대덕구와 대덕구민들이 받는 따가운 시선과 이미지 실추는 누구의 책임으로 물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해명하고, 사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탁구 경기의 긴박한 랠리처럼, 정치권에서 주고받는 설전은 상당한 긴장감을 동반한다.

사전 각본이 있을 리 없고, 이를 예상할 수도 없는 전장과 같다. 어디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어떤 말들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대응하기도 만만치 않고, 대비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어느 순간 자칫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실수’ 내지는 의사 전달 과정에서의 왜곡이 있었다 하더라도, 정 의장의 한 마디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정서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파장이 일만한 언사다. 오죽했으면 황교안 당 대표가 신중함을 요구했을까.

지역민들의 민심을 얻어, 그 지역을 대표해 나랏일을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언행에 있어 무엇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불문가지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정치 생명을, 또 본인의 흥망성쇠를 가를 수 있을 만큼 무서운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새기길 구민들은 바란다.

정 의장의 ‘막말’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박정현 대덕구청장의 의욕(?)이, 결과론적이지만, 화를 자초했다.

청소년과 학부들을 상대로 한 김제동 토크콘서트로 고액 강사료(1550만원) 논란이 일었다. 교육목적, 정치적 이념 논란, 세금 낭비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한편에서는 대덕구의 행사 취지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대덕구의 재정자립도, 구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을 운운하는 비난의 목소리에 묻혔다.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정서 공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행사를 취소했으나, 대덕구에 남은 여파가 진정되기까지는 한동안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들은 대덕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고, 구청장이다. 구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선출직들이다.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구민을 대표한다. 최소한 그러한 생각을 갖고 말과 행동에 신중해야 함이 백번 옳다. 그렇지 못한다면, 자신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믿고 뽑아준 구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지적한대로, 비단 당사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장 큰 상처는 대덕구민들에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덕구민들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