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또 숨졌다...당진우체국 강모씨 '과로사' 추정

정규직 전환 1년 만에, 동료 집배원 "다음은 내 차례일수도"

2019-06-20     지유석
당진우체국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던 강아무개 씨가 19일 숨졌다. 

전국우정노동조합(아래 우정노조)과 충청지방우정청은 강 씨가 오전 9시가 넘어도 출근하지 않자 동료 집배원이 당진시 무수동 자택을 찾았다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20일 대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고인 시신을 부검 의뢰했다. 고 강 씨가 일했던 공간엔 근조 화환과 채 부치지 못한 우편물이 놓여 있다. 

당진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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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노조 당진지부는 고 강 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보고 있다. 동료 집배원 A씨는 "강 씨가 속한 부서는 도심에서 20km가량 떨어진 송악IC나 서해대교 인근 지역을 담당해 업무량이 많았고, 그래서 퇴사한 직원도 많았다"라면서 "직원이 나가면 남은 직원들이 분담해 업무를 소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우체국 주변 상인들도 강 씨의 죽음을 안타까운 시선을 보고 있다. 우체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금은 오후 7~8시면 업무가 끝난다. 이 시각도 늦은 건데, 2년 전만해도 집배원들은 10시, 11시까지 일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배원은 피로한데, 당국은 원론적 입장만

올해 상반기 과로사로 숨진 집배원은 9명에 이른다. 불과 1달 전 공주우체국에서도 집배원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 달 13일 공주우체국에서 상시계약 집배원으로 일하던 고 이은장 씨는 돌연사로 숨졌다. 

고 이 씨는 숨지기 전날 ‘우정 9급(집배) 공무원 경력 경쟁채용시험’ 응시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당진우체국에서 숨진 강 씨도 2012년 위탁배달원으로 집배업무를 시작했다가 2018년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전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숨진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고 강 씨의 사망 당일인 19일 "우정노조와 공동으로 사망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조사위원회는 한 점 의혹 없도록 사고 경위를 면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부당 내용 적발 시 의법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우정노조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정노조 충청지방본부 예원해 교육홍보국장은 "그저 통상적인 입장 발표일 뿐"이라면서 "고 이 씨 사건 이후 잠깐 여론이 들끓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언론에 먼저 입장자료를 발표하는 경우가 어딧나?"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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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집배원은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료 집배원 B씨는 이렇게 말했다. 

"숨지기 전날 강 씨를 마트에서 봤다. 간식을 사들고 환하게 웃었고 좋은 형님이었는데, 다음 날 그렇게 될 줄 몰랐다. 방송 보도 화면에서 전날 강 씨가 사들고 간 바나나가 냉장고 위에 있는 걸 봤다. 마음이 아프다."

당진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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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빈소는 대전 한국병원에 마련됐다. 고인이 일했던 당진우체국 앞엔 분향소가 설치돼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발인은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