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 노렸던 황교안 대표, 오히려 역풍만

분석] 보수 분열 재확인한 삭발 퍼포먼스

2019-09-17     지유석 기자
황교안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2019년 가을 대한민국 정치의 화두는 '삭발'이다. 

9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삭발을 신호탄으로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김숙향 당협위원장(서울 동작갑)에 이어 16일 황교안 대표가 삭발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였다. 

무엇보다 제1야당 대표와 의원들이 일개 부처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에 나선 건 무척 이례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게 참 코미디 같기도 하고 좀 난감했다”고 지적했다. 

여론의 반응은 조롱에 가깝다. 소셜 미디어에선 황 대표 삭발을 폄하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왔다. 포털 '네이버', '다음' 기사 본문엔 "준비했으면 입대하라", "다음 차례는 나경원" 등 조롱 섞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먼저 황 대표 삭발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당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의적인 어조의 게시글을 잇달아 올렸다. 

류 전 최고위원은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삭발의 시간이 왔다. 당신의 진정성을 보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 황 대표에겐 "탄핵무효라고 꼭 외치고 삭발하라"고 주문했다. 

류 전 최고위원과 달리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드러내놓고 날을 세웠다. 조 대표는 "장소 봐 가면서 똥 싸라는 얘기가 있다. 하는 짓마다 왜 그따위 짓밖에 못 하냐. 선거 6개월 남으니까 다 기어나온다"며 황 대표를 맹비난했다. 

반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번처럼 제1 야당대표의 결기를 계속 보여 주시기 바란다"며 지지에 나섰다. 

황 대표의 삭발은 이른바 '조국 정국'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고 보수 결집을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보수 진영 내 엇갈린 반응은 황 대표의 선택이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장외투쟁, 삭발...그 다음 카드는? 

이 지점은 분명 주목할 만 하다. 황 대표는 보수 통합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달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던 장외집회에서 황 대표는 황 대표는 "우리가 20번 총선 중 세 번 졌는데 왜 졌나. 분열 때문에 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우파 통합을 위해 저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보수 진영은 '반문재인' 정서가 강하다. 그러나 보수 통합은 반문 정서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한국당 의원들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아왔다. 

한국당 내 강성 친박계도 공공연히 탄핵 무효를 외치는 상황이다. 앞서 인용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삭발한 황 대표에게 "탄핵을 주도했던 몇몇 의원들을 내보내라, 그러면 보수 우파 감동하고 뭉쳐질 것"이라고 적었다. 

반면 황 대표는 전당대회부터 탄핵에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해 '황세모'란 별명까지 얻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공화당은 한국당과 결을 달리해 왔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삭발한 황 대표를 맹비난 한 건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대표가 총선 전 낙마할 수 있다는 예측이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고 있다. 

삭발이라는 강수를 쓰고도 보수 결집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 건 황 대표에겐 또 다른 부담 요인이다. 더욱 심각한 건, 황 대표에게 남은 카드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