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특북을 열며] 중부해경청 충남도민 농락사건?

불과 15km 떨어진 곳 신청사 후보지 선정…공공기관 이전 나쁜 선례로 남을 수도

2020-05-17     김갑수 기자
‘인천+경기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인천+경기 >충남’

중부지방해양경찰청(중부해경청)이 지난 13일 신청사 후보지를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로 확정했다고 발표한 것을 보고 떠오른 수식이다.

광역지방정부를 기준으로 인천과 경기 모두 승자(또는 잃을 게 없는 결과)인 반면 충남만 유일하게 고배를 마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천에 있는 중부해경청이 불과 15km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게 된 만큼 소속 직원들이 이사를 가야 할 이유가 없어졌을 가능성도 크다.

맹정호 서산시장의 지적처럼 과연 이것을 이전이라 할 수 있는지 영 의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중부해경청 유치전에는 보령시, 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태안군 이렇게 도내 5개 시·군을 비롯해, 인천과 경기 등 총 9개 지자체가 뛰어든 상태였다.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도내 5개 시·군은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저마다의 논리를 내세우며 중부해경청의 문턱이 닳도록 총력전을 벌여 왔다.

중부해경청 유치 실패가 허탈감을 넘어 좌절로 다가오는 이유다.

여기까지는 인정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웬만하면 수긍하는 충청인의 기질 탓일 수도 있다.

중부해경청의

그러나 중부해경청의 이번 후보지 선정이 전형적인 ‘기관 이기주의’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무엇보다 중부해경청을 이전하게 된 배경을 생각하면 이번 후보지 선정은 엉뚱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박근혜 정부에서 해체된 해양경찰청(본청)이 부활하면서 인천으로 돌아왔고, 본청 건물에 입주해 있던 중부해경청과 인천해양경찰서는 외부로 옮겨가게 된다.

민간 건물로 입주한 중부해경청은 좁은 공간과 보안 등의 문제로 이전 및 신청사 건립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특히 본청과 중부해경청이 모두 인천에 있다는 점에서 치안여건과 지휘권, 접근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측면도 있다.

도내 5개 시·군이 앞 다퉈 유치전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15km 떨어진 곳을 후보지로 선정하면서 중부해경청이 이전의 당위성과 명분을 스스로 저버리는 모양새가 됐다. 그럴 거라면 애초부터 후보지 선정 기준으로 거리 제한을 뒀어야 했다.

충남이 해안선 길이(1242.03km)와 어선 수(5735척) 면에서 인천(1078.82km, 1530척)과 경기(260.12km, 1825척)에 훨씬 앞서 있다는 점 역시 이번 후보지 선정을 선뜻 납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짐작컨대 인천과 경기의 지역적 이해관계와 함께 가급적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으려는 중부해경청의 ‘기관 이기주의’가 맞물린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우선 도내 시·군 간 유치경쟁이 가뜩이나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충남의 역량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크다.

예를 들어 충남연구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특정 사업 또는 공공기관의 유치에 가장 적합한 시·군을 사전 선정, 힘을 몰아주는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천

“우리가 중부해경청 최적지”라고 부르짖던 충남도와 5개 시·군 모두 이번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심히 유감”을 표명한 정도에 그쳐선 안 될 일 아닌가 싶다.

심지어 일선 시·군 담당자는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겠나?”라며 아예 자포자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럴 거라면 왜 유치전에 뛰어들었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최소한 이번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을 생각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힘이 없다면 결기라도 보여줘야 한다.

다소 늦었지만 국회의원실을 중심으로 자료 요청을 통해 중부해경청의 후보지 선정 결과가 정당했는지, 평가 지표는 공정했는지, 기관 이기주의 측면은 없었는지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이 ‘혁신도시 시즌2’를 앞두고 주요 공공기관들이 “이전은 하되 지방으로는 안 내려가겠다”고 버티는 나쁜 선례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진행될 도내 시·군 간 공공기관 유치전이 도를 넘어설 경우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번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충남도와 시·군 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