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이래서야 당신들을 믿을 수 있겠어요?

2020-07-13     황해동 기자
대전시의회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대전시민을 대표하는 대전시의회가 시민들을 향한 염치를 챙기지 못했다.

후반기 의장단 구성 과정이 몰염치의 극한이었다. 의원들의 사리사욕이 도를 넘었고, 의장 후보로 단독 추대된 권중순 의원은 정치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22명 중 2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임에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의 볼썽사나운 갈등도 표출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 간의 갈등이다. 화근은 전반기 의원총회 내용이었다. 급한 마음에 후반기 의장을 선 지명한 것이 의원들의 총의를 모은 약속이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후반기 의원총회에서 전반기 총회 내용을 약속으로 인정, 권 의원을 민주당 단독 의장 후보로 추대했다. 이는 당론으로도 결정됐다.

그러나 권 의원을 옹립하려는 당론파와 비당론파의 갈등으로 권 의원은 3번씩이나 동료의원들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했다. 2차례 부결 후 시당이 당론 유효 입장을 공식 천명했으나, 3번째 투표에서조차도 부결됐다.

결국 권 의원은 4번째 투표라는 우여곡절 끝에 의장 자리에 올랐다.

대전시의회가 하나 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분열이 봉합되지 않는 이상, 후반기 의회가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한 상황이다.

권 의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우선 21명의 민주당 의원들, 22명의 전체 시의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화합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반대했던 의원들, 이들이 왜 시당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자신을 반대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포용하고 통 넓은 정치가 권 의장이 짊어져야 할 숙제다.

22명 전체 시의원들도 새로운 각오와 반성을 해야 한다.

시의원은 시민의 대표다. 사리사욕을 앞세운다면 지탄을 받아야하는 자리다.

시민을 대신해 대전시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권 의장을 도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시당과, 지역 국회의원들과, 자치구 의원들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도 유지해야 한다.

시민 위에 군림하는 시민의 대표가 아닌, 대전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시민의 대표란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황해동

이 과정에서 대전시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방의회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지방의원들이 땀 흘려 일하고 봉사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 필요하다. 시당은 지방의회에 개입하고, 압박하고, 징계하고, 군림하는 곳이 아니다.

8대 대전시의회는 돌이키기 어려운 사태를 자초했다. 후반기 2년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르게 됐다.

이제는 이전투구를 벌였던 난장판을 거둬들이고, 새로운 판을 깔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또 다시 표를 달라고 외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