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영의 파리팡세》 그림글자로 들여다 본 "난(亂)"의 의미

2020-08-31     정문영 기자

《파리팡세 2020》 그림글자로 들여다 본 "난(亂)"의 의미

파리

〈Turbulent days ㅡ 난세〉

亂ㅡ'어지러울 난'은 실패에 감긴 실타래의 상하에 손을 대고 푸는 모양을 그린 그림으로 '일이 어지럽다'는 뜻이다.

이 그림글자에 '인간 세(世)'자와 합해지면 '난세(亂世)'가 된다.

세상이 심하게 어지럽다는 뜻이다.

지금 당신이 발 딛고 살고 있는 이 땅이 그렇다는 말이다.

실타래가 마구 얼키고설켜 그 끄트머리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눈 먼 맹인처럼 헤매며, 서로 분노하고 삿대질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격렬하고 신랄하게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싸우고만 있다.

당신이 처한 주변 환경이 지금 그렇다는 것이며, 그 위기가 경각(頃刻)에 매달려 왔다갔다 하고 있다.

질풍노도(疾風怒濤) 앞에 놓인 촛불인 것이다.

당신이 들었던,  당신의 손에 쥐어있는 바로 그 촛불처럼 말이다.

 

정택영 / 프랑스 파리 거주 화가, 전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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