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86] 한철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봄꽃나무-부여 덕림병사 수양벚나무와 돌배나무

2020-09-07     채원상 기자
수양벚나무와

[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부여군 장암면과 충화면의 경계에 자리한 점상리 덕림병사는 충청남도문화재자료 제305호다.

이곳은 고려 후기의 학자이자 충절인 조신 선생의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그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고려 후기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산돌배나무

성주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원래 덕림사가 있던 곳이었으나 조선 태종(재위 1400~1418)이 무학선사에게 부탁해 잡은 조신 선생의 묘소 명당자리라고 한다.

산돌배나무

조신 선생과 태종이 얼마나 각별한 사이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신 선생은 조선 태종의 어릴 적 스승이었으며, 태종은 왕위에 오른 후 조신 선생의 자손들에게 벼슬을 주며 후대하였을 만큼 그를 각별히 생각했다.

산돌배나무

덕림병사는 봄의 절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보호수로 지정된 수양벚나무와 돌배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의 풍경은 감탄이 절로 인다.

수양벚나무

이 나무를 누가 심었는지 알 수 없지만 200여 년 전, 이 나무를 심은 이는 이 광경을 예상하였을지 궁금해진다.

나무는 세월이 지날수록 운치를 덧입는다.

벚나무와 능수버들을 합쳐놓은 듯한 수양벚나무는 더욱더 그렇다.

수양벚나무

수양버들처럼 축 늘어진 가지에 일반 벚꽃보다 짙고 작은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하다. 조신의 묘 앞에 자리한 돌배나무는 봄이면 순백의 배꽃을 틔운다.

겨우내 추위 속에서 부지런히 꽃망울을 준비한 돌배나무는 봄볕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돌배나무 가득히 꽃을 담아낸다.

수양벚나무의 분홍벚꽃과 돌배나무의 흰 배꽃은 아는 사람만 아는 절경이다.

수양벚나무

한철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봄꽃이기에 봄이 지나면 그 아름다운 절경을 마주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 꽃이 피었든, 꽃이 피지 않았든 수양벚나무와 돌배나무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수양벚나무와 돌배나무의 가치는 꽃이 지고 난 다음에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를 일다.

수양벚나무는 활 재료로 삼기 위해 많이 심었던 나무이고, 돌배나무는 꽃이 진 자리에 열매를 맺으니 말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