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 시인, 제발 극단적 선택만은 안 된다... 핸드폰 전원 꺼짐

2020-10-15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지금은 대통령으로 계신 한 정치인을 사랑했고, 시를 사랑했고 썼고, 좋은 자식, 좋은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점 찍어 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습니다.”

박진성 시인이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자살을 암시하는 극단적인 표현이 가득한 내용을 이렇게 남겼다.

그는 이날 “2016년 그 사건 이후, 다시 10월이다. 그날 이후 저는 '성폭력 의혹'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것 같다”며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뎌 보고, 견딜 수 없을 때까지도 견뎌 보았다. 매년 10월만 되면 정수리부터 장기를 관통해서 발바닥까지 온갖 통증이 저의 신체를 핥는 느낌이다. 정말 지겹고 고통스럽다”고 적었다.

최근 재판결과 언론을 상대로 모두 승소했음에도, 그가 가짜 미투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로 얼마나 고통스런 삶을 지속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는 “저의 돈을 들여 아무도 읽지 않는 시집을 출판도 해봤다”며 “죽고 싶을 때마다 꾹꾹, 시도 눌러 써 봤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며 “살려고 발버둥칠 수록 수렁은 더 깊더라”라고 말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생각난다. 평생을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철학자는 암 선고를 받고서야 비로소 그 충동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지금 제 심정이 그렇다. 제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시집 복간, 문단으로의 복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살부빔,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어 “단지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저에게서 끝났으면 좋겠다”며 “다만 어떤 의혹과 의심과 불신만으로 한 사람이 20년 가까이 했던 일을 못하게 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는 “이 삶에 미련이 없는데도 이렇게 쓰다 보니까 미련이 생기려고 한다. 그래서 여기까지만 쓰겠다”며 “다음 세상에서는 저의 시집 〈식물의 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음 세상에서는 저의 시집 계약이 부당하게, '단지 의혹만으로' 파기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멀리 저 세상에서 이곳을 열렬히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곳의 삶은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아시길. 모두가 행복하진 못하더라도 더 불행해지진 마시길”이라며 “간곡하게 두 손 모아 마지막으로 기도한다”고 글을 맺었다.

그리고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원은 꺼져 있고, 더 이상 페이스북에는 어떤 글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