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91] 어우렁더우렁 그렇게 또 한철 살아 봅시다-계룡시 엄사면 향한리 느티나무

2020-11-04     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계룡산 서남쪽 향적산 자락에 있는 향한리는 송계(松契)가 오래도록 이어오고 있는 마을이다.

송계란, 마을이나 친족의 공유산림을 보호하거나 선산(先山)을 지키기 위해 조직된 계를 말하는데 과거 나무가 주 연료였을 때 산림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레 사라져 갔다.

그러나 향한리는 송계를 오랫동안 이어온 마을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을 문화 때문인지 360년, 56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팔각정 옆을 지키고 선 느티나무는 360년의 수령으로 그 크기가 16m가 넘는다.

팔각정 위로 가지를 뻗어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는 계절 따라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카페 앞에 자리한 느티나무는 560년 수령에 20m가 훌쩍 넘는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일부러 카페를 찾아오는 이가 있을 만큼 이 느티나무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보호수라 하더라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나무들이 꽤 많다.

아니, 미움을 받는다는 게 더 명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마을을 상징하는 보호수가 주민들에게 푸대접을 받게 된 건 지난 1월 산림 보호법(13조 1항) 개정으로 보호수의 수관(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부분) 주변에 대한 개발 행위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호수 인근 주민들은 나무가 다칠까 봐 집수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집을 떠나는 경우도 생겼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보호수와 사람들의 일상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는 대목이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향한리 느티나무 두 그루는 무척이나 행복한 나무가 아닐까 싶다. 마을 사람뿐 아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보호수는 그저 오래된 나무가 아니다.

나무는 오랜 세월 사람과 함께 생을 살아왔고, 빛바랜 기억의 한 쪽에 자리한 일상이다.

그런 보호수와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철이 당연해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