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임대주택 미술품 의무설치 면제는 '악법', 개선돼야"

박찬걸 교수, 문화 빈인빅 부익부의 대표 사례 정부, 2011년 법 개정하면서 공공임대에는 의무 조항 없애

2020-12-01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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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정부가 연면적 1만㎡ 이상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을 신·증축할 때 의무적으로 미술장식품을 설치하거나 선택기금을 내도록 하면서 '공공 임대아파트'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미술협회 박찬걸 부이사장(조각분과·충남대 조소과 교수)은 "소수가 누리던 예술작품들을 시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공공미술 개념이 외적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 2011년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 조항에서 공공임대아파트가 법적 미술작품 설치 면제를 받은 것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부이사장은 "문화는 고루 향유되는 것이 본질이고, 마땅한 시민의 보편적 권리이기 때문"이라며 "공공임대주택에 법적 미술품 설치가 면제된 것은 법과 정책이 시민의 문화적 수준을 오히려 제한하고 후퇴시키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작품 설치에 있어서 공공 임대아파트와 민간 분양아파트를 구분한 것은 독소 조항임에 분명하다"며 "개인의 불평등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부이사장은 "문화예술은 그저 사람에게 위로와 기쁨을 줄 뿐 그 무엇으로도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조항이 안타깝게도 차별의 요소까지 안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차걸

이어 "공공임대아파트가 더이상 문화의 변방이 돼선 안 된다"며 "어느 곳에 살건 모든 아이들이 한 나무에서 같은 열매를 따고, 한 그늘에서 쉬는 평등한 풍경을 국가와 시민과 작가들이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부이사장이 언급한 문화예술진흥법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12조)' 조항은 건축물이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건축 비용의 일정 금액을 회화 및 조각 공예 미술품 설치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제도다.

당초 프랑스의 '1%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5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선정돼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문화와 예술 대중화를 위한 원래 취지는 훌륭했지만 대형건축물에서 미술장식품에 대한 리베이트 비리가 잇따르면서 부작용을 낳았고, 2011년 현재의 모습으로 개정됐다.

박 부이사장은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작품은 예술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미술브로커와 상업성에 눈은 뜬 미술업자들이 악용했다"며 "미술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브로커가 성행했고, 순수예술가가 아닌 전문조형물을 찍어내는 '꾼'들이 시장을 잠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때문에 "정부가 법 조항을 손 대면서 공공임대주택 설치 의무를 없앤 것은 뼈아픈 부분"이라며 "지금이라도 이 부분을 개선해 오고 가며 무심코 바라볼 수 있는 아파트 조형물에서 모든 시민들이 공공미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이사장은 "유럽에는 그 도시의 심장을 미술관이라고 외치는 도시들이 많고, 이는 우리의 문화예술이 가야할 궁극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앞마당 같은 아파트 정원에 작품을 세우고, 질적 성장을 해나가는 마중물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