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원청? 자회사?… 당진 현대제철 노사 갈등 고조

비정규직지회 “자회사는 이름만 바꾼 인력파견, 불법 소지” 반발 현대ITC “고용안정 발판 지속 성장, 정년까지 안정적 근무 가능”

2021-09-03     지유석 시민기자
충남

[굿모닝충청 지유석 시민기자] 충남 당진 현대제철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측간 갈등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직접고용이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아래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23일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현대제철 공장 통제센터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지회는 고용보장을 확약하지 않으면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아랑곳없이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현대ITC는 1일 공식 출범을 알렸다. 비정규직지회는 약 2500여 명이 자회사에 입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이 기존 협력사가 해오던 인력 파견이나 다름없다고 판단,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최명식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현대제철 측은 100% 출자해 자회사를 세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회사는 본사에 종속된 것 아닌가?”라고 되묻고, “본사가 어느 시점에서 지분 일부(내지 전부)를 매각할 여지도 없지 않다. 고용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직접고용을 둘러싼 갈등 조짐은 지난 7월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통한 직접 고용 방침을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사측 방침이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자회사 직접고용의 부당성을 알렸다. 당시 김도형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수석지부장은 “현대제철이 얼마의 지분을 출자하든 자회사는 사내 하청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업계 소식을 전하는 <철강금속신문>에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책임경영의 강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회사의 지속가능 등 현재 상황을 고려해 협력업체의 계열사화를 통한 협력사 근로자들의 직접 고용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맞섰다.

자회사, 불법파견 가리려는 꼼수?

금속노조

문제는 또 있다.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이 불법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 업무엔 근로자 파견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노동자들은 이전부터 현대제철이 파견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고, 근태 관리와 업무지시 등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로 인해 현대제철은 여러 건의 근로자지위소송에 휘말렸고, 법원은 잇달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현대제철 사내 하청 근로는 파견근로”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2월 현대제철 순천공장에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516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렸다.

이를 의식한 듯 현대ITC는 채용과정에서 소취하와 부재소 동의서를 받았다. 이에 대해 현대ITC는 홈페이지에 “그동안 발생한 제반 법률적 분쟁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를 해소하고 이를 통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소취하서와 부제소 동의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노조의 고용불안 주장에 대해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서 모 그룹이 철강 업무와 관련 그룹 업무를 중단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것”이며 “그 발판은 고용안정이다. 현재 사내 협력사는 짧게는 2~3년 주기로 업체가 변경돼 고용이 불안정하나 현대ITC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직접고용을 둘러싸고 비정규직지회와 사측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지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현대제철 원청이 고용보장을 확약할 것 ▲공정전환배치 관련 교섭을 원청이 참가하며 노조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 ▲현대제철 ITC의 협력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채용을 중단할 것 등이 요구사항이다.

이용석 비정규직지회 조직1부장은 “사측은 점거농성을 풀면 만날 수도 있다는 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지회는 언제든 대화를 통해 해결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지회는 임금인상이나 복지 향상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회사가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자회사란 꼼수로 불법을 은폐하려는 현 상황을 막고자 하는 게 사태의 본질”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