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들여 광개토대왕비 세우려는 홍성군

옛 광성초 임대한 대학교수 제안…"비문에 홍성 옛 지명 기록" 군의회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예고..."잘못된 행정" 지적

2021-11-23     이종현 기자
충남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 홍성군이 5억5000만 원을 들여 광개토대왕비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둔 군의회 내부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군에 따르면 갈산면에 있는 옛 광성초에 건립 중인 고대사박물관에 중국 지린성에 위치한 광개토대왕비 복제품을 실물 크기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군은 내년도 예산안에 5억5000만 원을 편성, 군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굿모닝충청>과 통화에서 “한 대학교수가 옛 광성초를 임대해 고대사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년 3월 정식 개관 예정인데 이곳에 광개토대왕비 건립을 제안했다”며 “광개토대왕비문에 홍성의 옛 지명이 세 군데나 기록돼 있어 지역과 연관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개토대왕비 설립을 통해 홍성 지명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김석환 군수도 전날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시정연설을 통해 “고대사박물관에 광개토대왕비를 건립해 또 하나의 관광상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광개토대왕과 홍성과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행정복지위원회 간사인 노운규 의원은 광개토대왕비가 전국에 12개가 건립된 사실을 거론한 뒤 “홍성 지명과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역사학자들에게 물어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광개토대왕비 건립 제안자가 군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면 몰라도 군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건립한다는 건 잘못된 행정이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할 계획이다. 다른 의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군민들이 하루하루 힘든 상황이다. 그 예산을 주민을 위해 사용하거나 홍주읍성 복원을 위해 써야 한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광개토대왕비를 건립하겠다는 김 군수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아무 연관성이 없는 조형물을 홍성에 세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사회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옛 백제의 영토이자 항일운동의 성지인 홍성에 광개토대왕비를 세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앞서 태안군도 2019년 4억2000만 원을 들여 군 차원의 광개토대왕비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군의회는 태안과 역사적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후 한 개인 사업가가 고향에 대한 애향심 차원에서 광개토대왕비를 군에 기부, 태안읍 문화예술타운 국민수영장 입구에 세워졌다.

당시 태안군의회 의장이었던 김기두 의원은 “지역과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군 자체적으로 5억 원을 투입해 광개토대왕비를 건립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