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55] 뇌를 자극하는 노란 은행나무...당진시 정미면 은행나무

2021-12-04     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겨울이 흑백사진이라면 봄은 칼라사진으로 비유할 수 있다.

황량하고 거친 겨울을 지나 가장 먼저 봄이 오는 것을 느끼는 건, 봄꽃의 화사한 색 때문이다.

봄은 연두색보다는 노란색이다.

우중충한 날씨에 거친 갈색이 여전한 공간 틈새로 밝고 생기 넘치는 노란색이 보일 때, 봄을 확신할 수 있다.

노란색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들까지 봄은 노란색으로 넘쳐흐르면서 봄 세상은 밝고 행복해진다.

노란색은 봄뿐만 아니라 가을에도 있었다.

가을 단풍하면 단풍나무를 첫 손꼽지만, 백미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다.

여름철 부지런히 광합성을 하던 엽록소 때문에 여름철 푸른 녹음으로 청량감을 주던 은행나무는 기온이 떨어지자 엽록소가 분해되고 남아있던 색소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카로티노이드 색소 때문에 은행잎은 잡티하나 없는 노란색이 된다.

봄의 노란색이 생기발랄했다면 가을의 노랑은 차분한 느낌이다.

투명한 하늘과 찬기를 느끼는 공기, 맑고 습도가 낮은 가을의 노란 은행잎은 개나리와 달랐다.

당진시 정미면 수당리 은행나무도 차분한 느낌의 노란색을 보여 준다.

이 나무는 두 개의 줄기에서 다시 여러 갈래의 두꺼운 줄기로 뻗은 은행나무다.

키가 낮아 전체적으로 뭉뚝한 모습이지만 주변의 키 큰 소나무가 이쑤시개로 보일 만큼 풍채가 컸다.

마침 가을 햇살에 비친 수당리 은행나무는 11월 초겨울 공기에도 주변을 덥혀주는 듯 따뜻한 노란색으로 변해 있었다.

봄의 노란색이 밝고 활력을 넣어주는 색이라면 559살의 수당리 은행나무의 노란색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화시키는 듯했다.

차분해진 느낌에 정신이 맑아지는 노란색. 이성의 계절인 가을에 어울리는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은 깊은 사고와 지각이 있는 우리 뇌의 왼쪽에 영향을 주는 색이라고 한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채도가 높은 봄의 노란색이 밝고 긍정적인 생각에 영향을 준다면 채도가 높으면서 주황이 섞인 가을의 노란색은 따뜻하고 쾌활한 생각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상징하는 노란색 전구 이미지가 우리 뇌에 자극을 주는 노란색의 이미지에서 착안되었다고 한다면, 가을 수당리 은행나무는 분명히 기자의 뇌를 자극한 것이 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세상에 불만이 많을 때, 기가 죽을 때 가을 수당리 은행나무 노란색을 떠올리면서 11월의 가을은 찬란하게 마무리됐다.

당진시 정미면 수당리 521 : 은행나무 559년(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