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쩔티비’ 이게 뭐지! 너무 분하다! [브레이크 고장 난 박기자]

어쩔티비가 무엇인가! 대응법은? 젊은이 “어른들이 따라 써서 요즘 잘 안 써요”

2021-12-28     박종혁 기자

저는 어릴 적부터 궁금증이 생기면 브레이크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추진력이 굉장했냐면 업무적으로 막힌 부분을 해결하고자 이등병 때 육군 인사 참모에게 전화해 원활히 처리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궁금증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던 주제들을 깊이 파고드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어쩔티비와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지난 22일 오후 8시경 박기자는 게임을 하던 중 수치스럽고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패배한 뒤 조롱당한 것.

고등어 가시를 발라내듯 손쉽게 박기자를 발라버린(?) 그는 “와 발가락으로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네! ㅋ 화난다고요? 어쩔티비! 크크루삥뽕”이라고 말했다.

“어쩔티비”라는 단어에 제대로 대응하는 방법을 몰랐던 박기자는 시무룩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병법에 이르기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어쩔티비’가 무엇인지와 대응법, 최신 동향에 대해 살펴보자.

‘어쩔티비?’

초등학생 등에 따르면 어쩔티비란 ‘어쩌라고, 가서 TV나 봐’의 준말로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기 위해 쓰이는 말이다.

중요한 부분은 ‘어쩔’로 이 부분을 유지한 채 ▲어쩔냉장고 ▲어쩔컴퓨터 ▲어쩔청소기 등 가전제품 이름을 붙이는 형식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기사의

더 강력한 어쩔○○을 하려면 ▲어쩔 갤럭시 Z 플립 3 비스포크 스튜디오 ▲어쩔 다이슨 V15 디텍트 엡솔루트 울트라 등 긴 이름을 붙일수록 효과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초등학생은 “요즘 버릇없는 저학년이 고학년 선배한테 어쩔티비를 쓰기도 한다”라며 “후배들에게 호락호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더 어려운 가전제품 이름을 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대응하나?”

천안서 중학교에 다니는 강지호 학생(14) 등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인 대처법은 ‘저쩔티비’다.

“어쩌라고?” 에는 “저쩌라고”로 답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초등학생들과는 달리 중학생들은 ‘어쩔○○’으로 단어를 변형할 때, 구체적인 가전제품 이름은 지양하는 편이다.

강 양은 “어쩔티비에는 저쩔티비나 저쩔냉장고 등 간단한 가전제품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구차하게 긴 가전제품 이름을 붙이는 것은 너무 유치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어쩔티비

이어 “최근 ‘어쩔티비’는 어른들에게 많이 알려졌기에, 아직도 이 단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단 뜻으로 ‘절레절레 전래동화’를 더 자주 쓰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크크루삥뽕’은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생긴 신조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