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양승조 충남지사의 남은 과제

혁신도시, 서산공항 등 많은 성과…공공기관장 인사 후유증, 높은 자살률 점검을

2022-01-09     김갑수 기자
양승조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2015년 2월부터 충남도청을 출입했으니 만 7년차가 다 되어가고 있다. 전임 지사 때와 사뭇 달라진 도정을 보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순간도 적지 않았지만 민선7기 성과를 야박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혁신도시 지정과 서해선 KTX 서울 직결, 서산공항 및 삽교역사 신설, KBS 충남방송국 가시화 등 결코 쉽지 않았던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한 측면이 있다.

양승조 지사 스스로 “A 학점”이라고 평가했는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기자는 양 지사를 ‘없는 집 맏이’에 비유한 적이 있다. 혁신도시와 서산공항 등 타 시‧도에는 있는데 유독 충남만 없는 ‘살림살이’를 장만하느라 동분서주한 양 지사의 모습을 220만 도민은 기억할 것이다.

양승조 충남도정 역대급 성과…초당적 협력도 평가할 대목

그 과정에서 맹정호 서산시장과 가세로 태안군수, 황선봉 예산군수와 김석환 홍성군수 등 당적과 무관하게 적극적인 공조의 모습을 보인 것 역시 평가할 만한 대목이라 하겠다.

추측컨대,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 당시 20여 일 간 목숨 건 단식투쟁을 통해 원안 사수를 이끌어낸 양 지사 특유의 ‘충청도 선비 기질’이 이런 성과의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적지 않다. 양 지사가 민선7기 내에 어떤 식으로든 실마리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우선 공공기관장 인사 논란이 너무 컸다. 캠프 출신 비전문가의 공공기관장 임명 때마다 양 지사는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는 심각한 논란과 후유증을 안긴 사례가 많다.

양 지사는 얼마 전 송년 기자회견에서 충남도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적격자가 걸러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책임 떠넘기기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양 지사 주변에 그렇게 사람이 없나?”라는 얘기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민선7기 최대의 오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장 인사 파문은 민선7기 최대 오점…이제라도 꼼꼼히 살펴야

양 지사 스스로 더 큰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도 산하 일부 공공기관들이 그에 따른 후유증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리더십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인 모습도 노출되고 있다.

이제는 양 지사가 직접 나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정확한 원인이야 따져볼 필요가 있겠지만, 잘못된 인사가 근본적인 문제였다면 양 지사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선7기 들어 유독 많은 공공기관이 새로 만들어졌는데, 조직의 안정성 확보와 함께 그 취지와 목적에 부합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220만 도민에게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다.

특히 그 책임이 현직 공공기관장에게 있다면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될 것이다.

지난해

유독 높은 자살률 문제 역시 민선7기 내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3195명,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은 25.7명을 기록했다. 충남은 732명에 자살률 34.7명으로 전국 최고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는 벌써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민선7기 도정의 슬로건인 ‘더 행복한 충남’은 구호에 그치는 셈이 아닐 수 없다.

높은 자살률 문제 여전…‘더 행복한 충남’은 구호 뿐?

무엇보다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 업무를 수행 중인 인력의 80% 이상이 소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선 자의 친구들’ 스스로가 지쳐 쓰러져가고 있는 것이다.

양 지사는 그동안 임산부나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과 만나 간담회를 가져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자살예방 및 정산건강 업무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

아울러 <굿모닝충청>이 지난해 9월 국립공주병원, 충남도의회 정책위원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충남이 제안하는 자살예방분야 대선공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더 이상 충남도민의 소중한 생명이 함부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은 도지사로서 ‘0순위’ 책무 아닐까 한다.

어쩌면 양 지사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는 ‘대한민국 3대 위기(저출산‧고령화‧양극화) 극복’보다 중요한 과제일 수도 있다.

이밖에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그럴 예정인 서산공항과 가로림만 해양정원, 서천 브라운필드 등 굵직굵직한 현안 사업을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비롯한 주요 현안들의 대선공약 반영 역시 민선7기 ‘피날레’를 장식할 주요 성과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