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1심 재판과 ‘재선거 부추기는’ 언론

[노트북을 열며]

2015-03-30     이호영 기자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현재 본인의사와 무관하게 차기 시장선거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인사는 최소 5명이 넘는다. 새누리당에선…”

“이처럼 ‘재선거가 열린다면’을 전제로 지역 정가에서 거론되는 인사만도 십수명에 달하는 혼란상황이다. 현직 국회의원부터 일부 구청장은 물론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에 도전했던 인물들은 기본으로 ‘후보군’에 포함돼 있고, 정치신인급 인사들도 ‘혹시 모른다’며 회자된다. 우선 권 시장과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상대인…”

“이제 1심이 끝난 것으로 항소심과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돼 아직은 섣부른 예상일 수 있지만 정가에서는 호사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출마 가능성 있는 후보군들이 회자되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은…”

지난 16일 권선택 대전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협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로 다음날부터 18일까지 지역 유력 일간지와 나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터넷 언론에서 쏟아낸 기사들의 일부다. 

선고 당일부터 이미 권 시장 측의 항소가 예상됐고, 실제로 19일 대전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언론은 그 누구보다 발빠르게 재선거를 염두에 두고 예상 후보자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거명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러던 차에 결국 사고가 터졌다. 지난 2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 A씨가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돌린 사실이 밝혀진 것. A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시장에 도전했던 인물로, 앞선 기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출마 가능성이 언급됐다.

일각에서는 이미 특정 인사가 재선거를 염두에 두고 사무실을 열었다거나, 선거캠프 가동에 들어갔다는 소문까지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거관리위원회도 즉각 실태파악에 나서는 등 파장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당도 “일부 정치인이 권 시장의 낙마를 기다렸다는 듯이 사전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일말의 정치도의마저 백안시한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발끈했다. 겉으로는 흔들림 없는 시정을 위한 협조를 공표하고 뒤에서는 153만 대전시민이 제 손으로 뽑은 시장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이는 시민행복과 지역발전이라는 정치본령과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망각한 처사”라며 “최종심급이 끝나기 전에 시장을 흔들고 폄훼하는 행위는 애당초 시민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었음을 자백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정치인들로서는 일상의 일들이 모두 정치활동일 수 있고, 만약의 경우를 염두에 둔 정치행보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전시청을 둘러싸고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언론의 일단 쏟아내기식 보도행태에 책임이 커 보인다. 선고 당일부터 기다렸다는 듯 예상 주자들의 이름을 10여 명씩 거론하며 일제히 ‘재선거를 향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앞서가며 정치인과 여론을 부추겨온 까닭이다.

결국 선관위까지 가세하면서 아직 재선거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시민들은 시장 없는 153만 명으로, 주요 현안사업을 올 스톱 상태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항소에 대한 고등법원의 선고는 최소 3개월,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판결이 있기까지는 앞으로도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언론들은 또 얼마나 시민들을 볼모로 대전시정과 정치권 흔들기에 나설지 벌써부터 우려가 깊다.  

정치인 못지않게 언론에게도 공공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정치권에 휩쓸리거나, 혹은 정치권을 선동하는 것 외에 과연 무엇이 주권을 가진 시민을 위한 일인지 다시금 되뇌어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