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는 시민 앞에 ‘갑’인가

2022-05-20     황해동 기자
이장우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20일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가 생방송 토론회를 ‘펑크’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이날 대전인터넷신문기자협회가 주최·주관하는 대전시장 후보자 토론회에 30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다.

토론회는 포털과 각 언론매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유권자인 대전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대전 구청장 후보들도 토론회에 참석해 정책 대결을 펼쳤다.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은 이 후보로 인해, 토론자가 없는 토론회가 30여분 생방송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

급기야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후보와의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며 자리를 떴다.

이 후보는 토론회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 대전의 한 방송사의 연설방송 녹화를 했다.

이 후보 측은 이로 인해 “부득이하게 정해진 시간을 넘겨 토론회장에 도착하게 됐다. 대전시민 여러분과 허태정 후보 측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예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이 생긴다.

약속은 정치인의 도덕적 책임이자 현실정치의 숙제다.

이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과 공당의 최고위원까지 지냈으며, 대전시정을 이끌겠다고 나설 만큼 유력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들 중 ‘신뢰’, ‘믿음’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도덕성의 결여다. 오만함과 우월함을 넘어서는 배타적·독선적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절대 믿지 말라’는 말이 있다.

광역시장을 꿈꾸는 사람에게 시민들과의 약속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겠는가. 약속을 자의적인 가치 경중 판단에 따라 어기는 모습이 과연 시장 후보로서의 모습인가.

시장과 시민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후보는 시민 앞에 ‘갑’이 아니다. 시장을 시켜달라고 표를 호소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날 사태에 대해 허 후보 측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토론 약속도 안 지키는 기본이 안 된 후보는 시장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몰아붙였다.

허 후보 측은 ‘무례’와 ‘몰상식한 행위’라는 표현까지 등장시키며, “시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후보는 약속을 우습게 보는 것인가. 아니면 토론회에 참석해 시민들로부터 검증받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회피한 것인가”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또 이 후보를 향해 “상대 후보를 무작정 비난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 허황된 약속을 남발하고, 상대 공약을 베끼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대전시민들은 이 후보의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를 분명히 심판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하 시당)도 이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당은 논평을 통해 “언론과 시민 알권리를 무시한 이 후보는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후보를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또 “약속은 정치인의 최소한의 기본 자질이며, 토론회는 선거의 꽃이다. 약속과 토론회를 한꺼번에 무시하고 파기한 이 후보는 정치인으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질마저 갖추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치인이 대전시장 후보라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며 “언론과의 약속마저 손바닥 뒤집듯 아무렇지 않게 파기하는 이 후보가 과연 대전시장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미래는 두렵다. 불신과 냉소, 환멸이 가득한 시대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후보의 약속 파기 사태가 당선 이후의 일이 아니니, ‘아직은’ 배신이 아니다. 배신의 계절이 와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