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정치에 주는 일침

2022-07-17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장안의 화제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몰이를 하니 이에 대한 지적도 많아졌다. 주요 채널도 아니고 인기 작가의 작품도 아닌지라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인기에 호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대개 호평이 있으면 혹평도 있는 법이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우영우 변호사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도 없을뿐더러 드라마처럼 활동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는 문화예술 작품이나 콘텐츠에 관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문화예술이나 콘텐츠는 실재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를 보는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까지 일으키는가이다. 여기에 현실에는 없는 이상적 실현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 만약 그런 현실성을 더 중점에 둔다면 다큐멘터리 장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서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어떻게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그것에 동의하는가이다.

만약 그런 변호사가 바람직하다고 한다면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길을 현실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의 확률도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공감을 했다면 줄기차게 시도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인류가 진보해온 궤적이다.

이렇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감정이입을 일으킬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의 서사구조나 주제의식과 달리 캐릭터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들의 전형성에 개성을 입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녔어도 충분히 매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얼마나 장애인의 모습과 똑같냐는 허구적이다. 몇 가지 패턴만 전형성을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전형성에 개성을 접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가 있다.

그동안 전형성에 개성이 희생되어 대중적 호응을 얻는데, 실패한 것이 장애인 캐릭터였다. 더구나 장애인도 각각 다른 것이 현실이다.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캐릭터가 어디엔가 있을 수도 있고 생겨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캐릭터에 대한 우리들의 그리고 대중들의 호감이다. 그러한 호감을 불러일으켰을 때 장애인의 삶에 관한 관심이 증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장애인들이 일단 많이 보게 만드는 것이고 자신들의 이야기로 간주하게 해야 한다.

이는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편으로는 대외 종속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제작한 종이의 집은 국내 제작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게 밀려 버렸다. 이는 대단히 큰 시사점을 준다.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하나의 플랫폼이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수단에 한정된다. 따라서 우리의 상황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그러한 플랫폼들에 지속해서 공급하면 된다.

비록 그 콘텐츠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이 주인공이라도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언어의 장벽이 끼지도 않고 오로지 그 양질의 콘텐츠가 결과를 좌우할 뿐인 것이다.

그 양질의 콘텐츠 출발은 이미 오래전에 ‘뽀로로’에서도 보여주었듯이 공감과 동일시, 감정이입의 인물에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시대에 바람직하게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 즉 인물은 누구인가 자문해야 한다.

국정 운영이나 정치도 마찬가지다. 대개 정책 대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말이 설득력을 얻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우리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헌식

국정 운영을 어떤 인물, 어떤 캐릭터가 하는가가 중요하다. 호감 가고 매력이 있으며 신뢰성이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스토리를 원해서 선거 투표에 나서는 것이 유권자이다.

비록 현실에 없을 수는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이상적인 단계와 상황을 신뢰감 있게 제시하고 그 자체가 사람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 합리적인 대안도 신뢰와 지지를 얻지 못한다.

우리가 해야 할 국정 개혁 과제가 당위의 명분이 충분해도 리더의 캐릭터가 부합하지 못하면 시도조차 할 수 없음을 우영우는 잘 일깨워주고 있다. 현실에 없다면 우리는 그러한 인물을 꿈꾸고 이제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