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법원에선 왜 방망이를 두드리지 않을까? [브레이크 고장 난 박기자]

법조계 “땅땅땅 본 적 없다” 대법 “법봉과 땅땅땅에 대한 기록 및 규정 없다”

2022-10-09     박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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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법원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판사는 선고 후 엄정하게 꾹 입을 다문 표정으로 법봉을 3회 내리치며, 법정엔 ‘땅땅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 회는 막을 내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약 2년 간 법원에 출입하면서, 일반 공판은 물론 선고기일에도 ‘땅땅땅’소리는 듣지 못했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박기자는 대전지법의 한 판사에게 “왜 법원에선 땅땅땅을 하지 않나?”라는 취지의 물음을 던졌다.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갑작스레 눈이 초롱초롱해진 그는 “사실 판사가 되면, 법봉을 칠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땅땅땅은 해본 적 없다”라며 “법봉을 치는 대신 주문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복을 입은 뒤부터 항상 궁금했던 이야기지만, 스스로 알아보긴 조금 부끄러웠다”며 “아무도 땅땅땅을 하지 않는데, 혼자 법봉을 사서 땅땅땅하긴 좀 그렇다”고 덧붙였다.

현재 법원에선 선고할 때, 법봉을 사용하는 대신 주문을 낭독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로(?) 법조 인사들은 땅땅땅을 해봤거나 본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전관 출신 변호사는 “원래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법봉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대신 국회나 각종 의결기관에서 회의 결과를 선포할 때 의사봉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관시절에도, 지금도 법원에서 땅땅땅 소리는 들은 적 없다”라며 “TV나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검사는 어떨까? 20년 전 공판 검사 업무를 수행한 한 검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땅땅땅은 미디어에서 그려낸 법정의 모습이고, 실제와 다르다”며 “형사소송법엔 땅땅땅과 관련 있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법원

그렇다면, 법봉에 관한 규정이 원래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도중에 사라졌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법원 관계자는 “제가 90년대 중반에 입사했는데, 법정에서 법봉을 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법봉에 대한 기록, 자료, 법령 등을 전부 확인해봤으나 남아 있는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법정에선 법봉을 내려치는 대신 주문을 낭독해왔으며, 땅땅땅 소리가 울려 퍼지는 법정은 오직 TV 속에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