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질나는 윤비어천가

대통령 요리 소식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사건인가?

2023-01-25     조하준 시민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필자는 올해 새 해 첫 가스비 고지서와 전기료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에 비해서 거의 2배 가까이 요금이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직장 동료들도 모두 하나 같이 전기료와 가스비가 너무 올랐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서민 경제가 팍팍한데 공과금까지 무더기로 인상되니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24일

그런데 이 와중에 몇몇 언론들이 역겨울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 찬양가를 부르고 있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대통령실발 기사였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22일 윤 대통령 부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을 초청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평소 요리를 즐겨하던 윤 대통령이 조리사 대신 직접 설 떡국뿐 아니라 어묵탕과 달걀말이, 만두 등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했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어 "윤 대통령은 모처럼 반려동물 밥까지 손수 다 챙겼다. 지난달 입양한 안내견 '새롬이'와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조리사를 비롯한 관저 직원들 모두 각자 가족과 명절을 쇠도록 휴가를 주고 관저에는 필수 경호 인력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참 눈물날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마치 신파극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런 시시콜콜한 일까지 홍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설 연휴에 직접 손님들에게 요리를 하며 대접할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인자함을 홍보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그의 서민적인 모습을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것인가?

지금 가스비, 전기료 등 공과금 인상으로 인해 국민들 대다수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런 걸 다루는 기사는 몇 개 보이지도 않고 윤석열 대통령이 설날에 요리한 게 뭐가 그리도 중요한 기사인가? 명절에 요리하는 사람들은 수천만 명이 넘을 것이다.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할 정도로 언론사에 게이트 키핑이란 것이 없는 것인가?

모름지기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국정수행능력과 지금 국민들에게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상 아닌가? 아무리 봐도 요리 솜씨 좋은 것이 대통령에 필요한 덕목은 아닌 듯하다. 왜 본인의 능력을 어필할 생각은 않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걸 시시콜콜하게 홍보하려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은 정말 볼성 사납기 그지 없다.

최근

지금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 12월 중순 이후로 쭉 하락세인 것으로 필자가 직접 확인했다. 그런데 어째서 가스 요금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인가? 아무리 봐도 이 점이 이상하다. 전기료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한국전력공사 측은 전기료를 너무 저렴하게 책정한 탓에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 전기료가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산업용 전기료가 너무 저렴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가정용 전기보다 산업용 전기가 더 소비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산업용 전기료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인상하고 가정용 전기료는 가급적 건드리지 말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언론들이 이에 대해서 지적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비판은 찾기가 힘들었다. 알 만하다. 대다수 언론사들이 대기업들과 유착된 상태인데 뭘 기대하겠는가?

혹 지금 가스비 인상과 전기료 인상이 장차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를 모두 민영화하려고 밑밥을 까는 것이 아닌지 적잖이 의심이 든다. , 이 두 기업이 공기업이 되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니 효율성을 위해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자 이렇게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상 지금 가스비와 전기료 인상 모두 두 공기업의 만성 적자폭을 줄이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설날에 요리를 했든 술을 마셨든 그런 걸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은 없다. 국민들은 지금 날로 어려워지는 서민 경제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더 알고 싶어한다. 그저 남탓만 하고 전 정부 탓만 할 것이라면 그냥 스스로 정권을 반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전 정부가 못한 것을 바꾸겠다고 해서 그걸 믿고 국민들이 뽑아준 것인데 1년이 다 되도록 계속 남탓만 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정권을 맡기겠는가? 야당 탓, 전 정부 탓도 지금 정부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먹히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는 것도 없으면서 사고만 계속 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야당 탓이 먹히고 전 정부 탓이 먹히겠는가?

가장 나쁜 집단은 역시 래거시 미디어들이다.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역사를 쓸 때에도 사관들이 모든 사건을 다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만 선별해서 기록을 한다. 신문은 오늘의 역사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기자가 기사를 쓰는 것도 보도할 가치가 있는 사건을 선별해서 써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요리 이야기가 과연 보도할 가치가 있는 사건인가? 기자에게 주관은 있는 것인지 그리고 편집국의 게이트 키핑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윤비어천가는 정말 역겨운 신파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