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후원금 통장에 1천만 원 입금한 주인공은 누구?

서로 돈 받지 않겠다는 사연 들어보니...돈보다 ‘사랑’ 다툼 염기화 씨, “지적장애 아들에게 너무 잘해줘 조건 없이 기부” 뜻 밝혀

2023-03-29     전철세 기자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

[굿모닝충청 계룡=전철세 기자] 지난 1월 초순경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 후원금 통장에 갑작스런 돈 1천만 원이 입금됐다.

양수옥(진원스님) 복지관장은 뜻밖의 거금에 돈 출처를 확인한 결과, 입금한 주인공은 복지관에서 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를 받고 있는 염길동씨(가명25, 심한 지적장애)의 아버지 염기화 어르신(72계룡시 엄사면 거주)임을 알게 됐다.

이에 양수옥 관장은 염기화 어르신을 직접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고, 염 어르신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부인(54심한장애)과 아들이 지난 20207월경부터 매일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복지관에서 아들의 좋지 않은 치아 치료를 위해 직원들이 직접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치료해주는 등 부인과 아들이 너무 행복해 한다. 여러 가지를 잘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오랫동안 고민하다 그동안 절약해서 모든 돈 1천만 원을 은행에 가서 직원에게 부탁해 복지관 후원금 통장에 직접 입금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그래도 양 관장은 아들인 길동이와 어머니가 심한 지적장애를 앓고 있고, 아버지도 가족을 돌봄 하고, 근로능력이 없는 가정 형편임을 고려해 10만 원 정도만 받고 나머지 돈은 돌려주려고 염 어르신을 만나 통장 계좌를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염 어르신은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고, 결국 시청 담당과장에게 알려 함께 집까지 방문해 재차 설득했으나 염 어르신은 복지관에 조건 없이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복지관 등에 따르면 아들 길동씨는 20207월경 복지관에 오기 전까지는 신변처리와 말 한 마디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나 주간활동서비스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점점 건강이 좋아지며 행복해 했고, 심지어 안녕하세요’ ‘맛있어요’ ‘도와줄까요등의 간단한 단어를 연결하는 말까지 하는 등 언어적인 부분과 행동적인 부분들이 좋아졌다.

이렇듯 염 어르신 입장에서는 낮 동안 가정에서 청소 등의 일을 볼 수 있었고,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에 비록 여유롭게 살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모은 1천만 원을 복지관에 기부할 결심을 했다고 기자에게도 거듭 밝혔다.

염기화 어르신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집안에 아내와 아들이 모두 심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내가 죽고 없으면 어떻게 할까 매일 고민한다. 아들이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해 한밤중에도 일어나 화장실을 챙겨주면서, 아들과 아내가 낫기만을 바라며 뒷바라지하고 있다내가 없더라도 두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유서라도 써 둘까 여러 고민을 하며 시청과 복지관장에게 상담도 받았다. 먹고 싶은 것도 안먹고 모은 돈이다. 조건 없이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계룡시와 종합사회복지관은 염 어르신의 의사를 존중해 조만간 공식적인 후원금 기부식을 갖고, 그 뜻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