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숙 작가 “버림받은 반려견 보다 ‘행복 꽃 핀’ 유기견”

사이버미술관 개관...‘꿈을 꿨어요’ 두 번째 이야기 전시

2023-05-31     김태린 기자

[굿모닝충청 김태린 기자] 캔버스 속 유기견의 영롱한 눈빛이 발길을 멈춰 세운다. 
처음 마주하는 눈빛. 잠시 그 눈과 시선을 맞춰본다. 
그림 속 유기견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을 걸어온다. 
지난날 행복했던 기억과 잊지 못할 추억에 대해…. 
그리고 힘들고 고단했던 긴 여정 끝, 세상 가장 포근한 보금자리(그림 속)를 만나 사랑받고 있다고….

‘유기견’을 모티브로 작업 중인 장영숙 작가의 그림을 만난 (기자의)첫 느낌은 이랬다.

작품 속 강아지의 눈이 계속해서 잔상으로 맴돈다. 그 눈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왠지 모를 슬픔에 눈물이 핑 도는가 하면 알 수 없는 행복감에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한다.

최근 장 작가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이버미술관(http://www.pethealth.kr)이 문을 열었다.

‘유기견 작가’로 알려진 그녀는 우연히 본 TV프로그램의 반려견이 작업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 한 대가 멈춰서더니 강아지 한 마리를 내려놓고 그냥 가는 거예요. 버려진 강아지가 주인차를 필사적으로 쫓아가는데 금방 사라지니까 어쩔 줄 몰라 계속 울기만 하는거죠. 그 모습이 몇날며칠 잊혀지질 않아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주인이 돌보지 않고 내다 버린 개를 ‘유기견’,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를 ‘반려견’이라 부른다. 말 못하는 동물로 태어난 그들은 주인에게 충심을 다해도 사람에 의해 ‘견생’이 좌지우지되는 안타까운 생을 살아간다.

작가는 40대 초반 늦깎이로 그림을 시작했다. 남편의 사업으로 충북 충주에서 9년간 정착했을 때 유화를 취미로 배우게 됐다고 했다.

“나고 자란 곳은 서울이에요. 당시 월악산의 풍경에 반해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마침 집 근처 학교에서 배울 계기가 돼 전시회에 작품도 출품하고 수상도 하게 되면서 그림을 계속 하게 된 거죠.”

이번 취재에서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기자의 (충주)집 발코니 창엔 커다란 해바라기 꽃이 있다. 아파트 단지 밖에서 올려 다 보면 마치 우리 집 표식을 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처음 이사 왔을 땐 꽃을 붙인 전 주인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제서야 그 궁금증이 해소됐다.

장 작가가 인터뷰 중 발코니창의 해바라기 꽃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닌가.

“충주에서 9년 살 때 제가 그 아파트에 살았어요.” 
“발코니 창에 해바라기 꽃 있지 않았나요?”
“그때 제가 만들어서 붙였거든요.”

“세상에 이런 일이다!” 발코니 창에 해바라기를 붙인 주인공이라니. 세상은 좁고 인연이란 게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 순간이었다.

작가는 지난 2월 코로나19로 한동안 열지 못했던 개인전을 충주 ‘제2의고향’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켄싱턴리조트 충주’에서 열린 전시 주제는 “‘꿈을 꿨어요’ 두 번째 이야기”였다. 유기견과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이 주인공인 작품들이다. 

서로가그리워질때지금처럼행복하면되요

앞서 ‘꿈을 꿨어요’라는 주제에서 유기견의 가슴 아픈 사연과 하나둘 무지개다리를 건넌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냈다면, 이번 ‘꿈을 꿨어요’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작품 속 강아지들이 ‘활짝 핀 꽃’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생기를 더했다. 

작가는 “아이들(유기견)이 앞으로 점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품 속 유기견을 활짝 핀 꽃처럼 밝은 표정으로 그려낼 것”이라고 했다.

그림으로 남다른 동물사랑을 표현해 온 그녀는 2019년 그림동화 ‘꿈을 꿨어요’를 출간하기도 했다. 어른과 아이가 같이 읽는 동화로 묵직한 감동이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책자는 완판 돼 디지털 도서관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다.

그녀는 지난해 말 자신의 작품을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2023년 달력 제작에 기부해 판매 수익금을 동물복지사업에 보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