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각장애인협회 사단법인화’ 거센 물결

난청인과 농아인 구분 시급... 복지부 "농아인협회 동의구하라" 일관

2016-07-12     남현우 기자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말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재활훈련과 사회 통합적 교육이지, 수화교육이 아니에요.”

세종시 아름동에 위치한 보듬언어행동발달센터 오은주 원장은 ‘인공와우수술’로 인해 ‘듣고 말할 수 있는’ 난청인들에게 수화교육을 강요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최근 ‘한국청각장애인협회의 사단법인화’에 대한 변화의 물결이 다시금 일고 있다.

‘농아인’과 ‘난청인’의 분리적인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청각장애인협회 사단법인화’에 관련, 언어행동발달센터 원장이자 서울시교육청 산하 (사)한국난청인교육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오은주 원장을 만나봤다.

과학 및 의료 기술의 발달로 청각장애 치료 및 재활이 가능해져

오 원장은 "뇌에 전기적 신호를 보내 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와우수술’과 수술비에 대한 의료보험의 적용, 보청기의 기술 발달, 신생아 난청검사 시행 등으로 청각장애의 조기 발견 및 재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구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의 수는 31만여 명이며, 이중 92%가 말 또는 구화 등의 방법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난청인’의 비율이 늘고 ‘농아인’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따라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국가 등 국제사회에서도 농아인 단체와 난청인 단체로 ‘이원화’시켜 운영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의 날' 기념행사서 농아인협회 직원 등 30여 명이 단상 점거, 반대시위 벌이기도

현재 청각장애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곳은 사단법인 농아인협회. 이곳에서 진행하는 모든 지원사업은 청각 뿐만 아니라 구화에도 장애를 겪고 있는 농아인 위주여서, 구화를 사용하는 난청인이 오히려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 오 원장의 주장이다.

오 원장은 "앞서 인용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집계된 농아인의 비중은 전체 청각장애인의 6%임에도 불구하고 농아인협회에서 진행하는 모든 교육프로그램은 수화교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는 ‘다수’의 청각장애인들이 ‘소수’에 의해 그 권익을 침해받는 것"말했다.

지난 2006년 1월 15일,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인터넷방송 '사랑의소리'는 보건복지부의 인공와우 이식시술 건강보험 혜택 실시를 기념해 매년 1월 15일을 ‘인공와우의 날’로 제정, 행사를 추진했다.

이날 행사에서 농아인협회 직원 20여명과 지체장애인협회 회원 10여 명은 행사가 시작되기 20여분 전에 단상을 점거, 현수막과 피켓으로 ‘인공와우의 날’ 제정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양 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없는 보건복지부, “농아인협회의 동의를 구하라”는 태도 일관

이들이 처음부터 청각장애인협회를 새로 설립하고 농아인협회와 분리 운영을 지향한 것이 아니었다.

오 원장을 비롯한 난청인교육협회 측은 농아인 위주의 문화와 각종 관련 지원사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건복지부 신문고에 “농아인협회를 청각장애인협회로 개명하고 단순청각장애인에 대한 부서를 설치해 운영하자”고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건의안에 대해 농아인협회는 거부의 의사를 내비쳤고, 이에 2011년 7월 청각장애인협회 총회를 개최, 법인화를 준비중이다.

오 원장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은 청각장애인 단체를 제외한 산하 장애인단체의 복수화는 승인·운영중에 있음에도 청각장애인에 한해서만 거부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이미 지체장애인협회, 시각장애인협회, 각종 의료협회 등의 단체에서 성명서와 동의서를 받은 상태”라며 “보건복지부의 방관적인 태도와 농아인협회의 무조건적인 거부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농아인협회에 지원되는 정부자금은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각에서는 “지원금이 줄어들까봐 동의하지 않는 것이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화, 차별받지 않는 사회제도와 인식을 위한 노력으로 보아야"

오은주 원장은 “난청인들이 농아인에 대한 비하적 인식을 바탕으로 협회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그들이 기득권적 문화를 단순청각장애인에게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난청인들에 대한 실질적·효율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그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영·유아의 청각 치료 및 재활지원과 일반학교의 통합 성공적 지원을 통한 교육권보장, 성인의 사회적 자립을 통한 생애 주기별 정책과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기술의 발달로 청각장애인들의 일상소통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본질적인 장애에 대한 치료를 거부하고 개선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청각장애인이 사회와 동화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재활환경 등과 같은 사회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