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이웃사촌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김영수의 시 읽는 아침 I 구 상 作 / 새해

2013-02-08     김영수

구 상 作 / 새해

새해 새아침이 따로 있다드냐?

신비의 샘인 나날을
너 스스로가 더렵혀서
연탄빛 폐수를 만들 뿐이지
어디 헌 날, 낡은 시간이 있다드냐?

네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아침을 새아침으로 맞을 수가 없고
결코 새날을 새날로 맞을 수가 없고

너의 마음안의 천진(天眞)을 꽃피워야
비로소 새해를 새해로 살 수가 있다.

강산이 변해도 여러 번 변해버린 고향이라고 찾아가도 목매어 기다리던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골목을 들어설 때 마다 집집마다 짜릿짜릿하게 후각을 동요시키던 조청 다리는 냄새도, 쿵덕쿵덕 떡메 치는 소리도 없어진지 오래고, 옛날 쓰던 물건들은 도회지에 사는 아이들이 골동품이라고 다 가져가버린 옛집에는 혼자 사시는 허리 굽은 늙으신 아버지만 세상풍파 다 겪으시며, 자식들 그리움에 지쳐있는데, 휑하니 찬바람만 멋쩍은지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나갑니다.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TV는 왁자지껄하게 떠드는데, 정작 골목길을 빽빽이 채우며, 오랜만에 만나는 정다운 이웃사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난날의 회억에 목이 멥니다. 빛바랜 고향의 화첩에서 지난 세월의 그림을 한 장 한 장 뽑아보지만 연민의 정은 더욱더 깊어만 갑니다.

그믐밤에 잠들면 흰머리가 된다기에 설빔을 안고 졸던 그때 아이처럼 아버지에게 세배 드립니다. 아버지! 건강하셔야 합니다. 어머니 몫까지, 더 오래 사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