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노인 무료급식소, 우리의 미래다

2016-12-15     한남희 기자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대전 동구 지역 노인 무료급식소인 성모의집 이전배치를 놓고 대전보문고와 가톨릭사회복지회 사이 갈등이 석 달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보문고 출신인 동화스님(보광사 주지) 등 대전불교사암연합회 스님들이 가세해 종교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대전 동구의회는 성모의집 신축비 9억 7000만원에 대한 예산심의를 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예결위 투표 결과 ‘통과 4, 반대 2’가 나왔음에도 의원들은 이를 번복하고 결정을 15일까지 미뤘다.

강정규 위원장 등 일부 의원들이 양측에게 협의를 위한 시간 이틀을 더 준 다음 결정을 내리자고 제안하자 나머지 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협의를 통한 갈등 봉합 유도일수 있지만, 표결 결과를 스스로 부정한 의원들의 행위는 의회민주주의에 있어서 자칫 큰 오점으로 남기 충분하다.

이날 예산이 예결위를 통과했더라도 16일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은 남아 있다.

현 상황을 볼 때 불교종립사학 학교법인 보문학원이 해당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3개월 여 동안 갈등상황 속에서 보문학원은 전면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태해결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법인 차원에서는 종교 갈등으로의 비화를 우려했다고는 하지만, 보문고와 보문중을 경영하는 입장이라면 분명한 입장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성모의 집 절대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고,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얼마 전에는 며칠 후면 졸업할 3학년 학생인 학생회장이 수업을 제쳐두고 동구청 앞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성모의집 이전 신축 반대 이유로 ‘학생들의 인권 및 학습권 침해, 금품 요구(갈취)로 인한 교육환경 침해, 신입생 유치 장애’ 등을 들었다.

아직 짓지도 않았고 운영도 해보지 않은 시설로 인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이거나 객관적으로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어 보인다.

결국 사태의 본질은 학교와 학부모가 무료 노인급식소를 위험한 기피시설로 봤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학교 측은 “해당 부지의 통행로가 좁아 노인들의 사고 가 우려된다”는 궁색한 이유도 추가했다.

학생들 돈 뺏어갈 냄새나는 할아버지의 건강과 생명을 걱정을 해 준 꼴이다.

조만간 헐릴 지금의 낡은 성모의집도 보문중고와 불과 15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곳은 지난 25년간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소찬이지만 점심 한 끼 식사를 대접한 곳이다.

이곳을 이용한 어르신들이 그동안 과연 얼마나 많이 학교 앞 또는 학교 안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줬기에 학부모들이 그토록 극렬히 반대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지금까지 이와 관련한 민원이 단 한 건도 인근 주민센터나 구청에 정식 접수된 것이 없다는 것 또한 의아한 대목이다.

보문고는 지난 6월 치매극복선도학교로 지정돼 치매극복 선도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영하의 추운 겨울 따뜻한 국 한 그릇 드시기 위해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결코 소외되거나 격리돼야 할 기피의 존재가 아니다.

바로 우리를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키워주신, 우리가 지근에서 마땅히 보살펴드려야 할 우리의 부모다. 그리고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