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시대에 뒤떨어진 안희정의 언론관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철저한 차별 속에 진행된 타운홀 미팅을 보며

2017-01-18     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 언론 인식은 독특하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며 경험한 보수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거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일도 적지 않다. 

모두에게 공정할 것 같고 말로는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대 언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부인하겠지만, 안 지사의 언론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17일 오전 10시부터 도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충남도청 출입기자단 초청 타운홀 미팅’은 안 지사의 왜곡된 언론관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우선 명칭부터 적절치 않다. 

현재 도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상주 인원만 해도 20명이 넘는다. 이 중 지방 3사를 비롯한 이른바 ‘회원사’ 기자는 많아야 절반 정도다. 그들이 도청 출입기자들의 대표성을 가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나머지 언론사 기자들은 철저하게 차별받은 자리였다는 것이다. 회원사 기자들은 안 지사 옆에 나란히 앉아 페널의 입장에서 준비한 질문을 한 반면, 나머지는 방청객으로 전락해야 했다.

게다가 사회자로 초빙된 모 인사는 지나치게 안 지사에게 우호적인 쪽으로 행사를 진행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누가 보면 안 지사가 만나는 사람들이 기자가 아닌 팬클럽으로 오해할 만한 분위기였다. 당연히 긴장감이 있을 리 없었다.

이 자리가 어떻게 마련됐는지도 불분명하다. 외형상으로는 회원사들이 안 지사를 초청해서 만들어졌다지만, 도청 안팎에서는 안 지사 측의 요청이 먼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2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안 지사로서 지역 언론의 도움이 필요할 거란 점에서 이해는 된다. 안 지사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그 방식이 특정 언론사 기자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야 하는 모양새라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다.

심지어는 사전에 질문을 취합했다거나 그 이면에 또 다른 거래(?)가 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인 셈이다.

안 지사는 최근 ‘시대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이념과 세대, 지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길이 시대교체의 핵심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보진영의 반발까지 무릅쓰며 소신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안 지사의 대 언론관은 시대에 매우 뒤떨어져 있다. 그가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인물인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이유다.

국민의 대표란 대망을 꿈꾸고 있으면서, 후보가 되기 전 벌써부터 기득권과 합리적이지 못한 거래(?)를 일삼는 모습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론을 향한 안 지사의 행보가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면, 자칫 공정하지 못한 게임 룰에 속박돼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더불어 충남도도 이번 일을 계기로 세종시 주요 기관의 기자단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언론사에 소속됐느냐만으로 기득권을 인정 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