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안희정이 말하는 법

2017-03-12     장찬우 기자

[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손석희가 말하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손석희’의 화법을 연구한 책이다.

부동의 방송 뉴스 시청률 1위를 이어가고 있는 ‘JTBC 뉴스룸’ 앵커이자 보도무분 사장 손석희.
이 책의 저자인 부경복 변호사는 그가 신뢰 받는 언론인으로 인기를 끄는 데는 그의 화법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저자가 이 책을 쓴 시점은 ‘100분토론’ ‘라디오 시선집중’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때로, MBC를 그만 두기 전이다.

주변의 우려와, 심지어 ‘변절자’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종편으로 자리를 옮긴 그가 여전히 다수 국민의 사랑을 받는 걸 보면 저자의 주장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저자는 이 시대 직장인은 그냥 일만 잘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잘 전달해야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고, 고액 연봉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말 잘하는 사람의 가장 좋은 예로 ‘손석희’를 꼽는다.

이유는 1) 논리적이고 2) 싸우게 하되 싸우지 않는 차분함을 유지하고 3) 생각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4) 상대방도 잘 알고 있는 예를 들어서 말하고 5) 대조함으로써 진실을 밝히고 6) 숫자로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토론할 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과 논리를 다툴 가상의 존재(생각이나 주장이나 의견)를 부각시킴으로써 싸움의 당사자가 되는 것을 피한다거나, 집요할 정도로 수치 데이터를 인용해 말의 신빙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석희’는 하나의 예일 뿐, 직장인도 말을 잘해야 성공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일진데… 하물며 정치인이야 오죽하랴.

최근 우리는 ‘소통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대통령을 잘못 뽑은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국민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특유의 화법을 구사해, 오죽하면 번역기를 돌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한 번 뱉은 말을 주워 담아 해명하고 다시 설명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국민은 이제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곧 대통령 선거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60%를 넘어선다니 그런 말이 나올 법하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돌풍’이라 할만하다.

뻔 한 결과를 예측했던 국민들이 ‘안희정’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 바 ‘선의발언’으로 지지세가 주춤하다.

발언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됐지만, 이를 해명하는 과정이 더 문제였다.(‘말 잘하는 손석희’와 마주 앉은 그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반응에 그는 “왜?”라고 묻는 듯했다.

어느 정도는 ‘논리’적이고 ‘차분’해 보이긴 하나, ‘사실’ 보다는 ‘생각’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못 알아듣는 예’를 들 때도 많아 보인다. 이렇다 보니 “단순한 화법의 문제가 아니다”고 공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논란은 있었지만 안 지사의 해명과 부연 설명을 여러 번 들은 지지자라면 그가 왜, 무슨 뜻으로 ‘연정’을 주장하고 ‘선의’를 말했는지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 본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을 다시 해명하고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면 지지자들도 떠나게 된다.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번역기로 되찾을 수 없다. 하물며 직장인도 말 잘해야 성공하는 시대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