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태극기를 들지 않는 자 빨갱이”

2017-03-26     정종윤 기자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지난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박사모 단체들은 지난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탄핵 결정 이후 곧바로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연일 과격한 불복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위로인지 응원인지 분노인지 모를 집회가 열리고 있다.
앞서 탄핵이 인용되기 전부터 박사모 단체는 서울뿐만 아니라 천안,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탄핵 기각’, ‘탄핵 각하’를 주장하며 결사 항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선봉에는 항상 태극기가 있었다.

어떤 이유로 태극기를 들었는지 확인은 안됐으나 일제시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순국선열들의 애국행위를 빗댄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태극기가 주는 경건함과 고귀함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느끼는 태극기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식을 벗어난’ 집단의 집회 도구로 느껴지고 있다.

박사모 단체는 단순 팬심을 넘어 박근혜 친위대로 전환, “태극기를 들지 않는 자 빨갱이”라 외치며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옮겨간 뒤 4일간 지지자들의 소란, 폭행 등으로 경찰에 146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태극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들은 스스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

나와 다른 정치적 이념, 다른 사회적 가치,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80%(탄핵찬성)의 국민을 일방적으로 배척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많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가 엄중한 시기인 만큼 우리는 소통하고 화합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더해야 할 때다.

“탄핵 심판은 보수·진보 이념 문제가 아니라 헌법 수호의 문제이며 더는 국론 분열과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이정미 재판관의 고언이 헛되지 않게 태극기를 거두고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