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영어회화 전문강사, 기득권과 평등권 사이

2017-06-13     이호영 기자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학교장은 4년을 임용한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대하여 심사를 거쳐 1년 단위로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연장하여 임용할 수 있다.”

현재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은 본인이 재임용을 원할 경우 위와 같은 ‘교육공무원임용령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4년에 한 번씩 신규채용과정을 거쳐야 한다. 처음 출발부터 최대 4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명문화된 까닭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교육청의 경우 신규채용을 위해서는 최소자격요건과 자격증 소지를 기본으로 ‘영어공인인증시험 점수’와 ‘교육경력’에 대한 1차 서면심사를 거쳐 2차 교수학습지도안, 수업실연, 심층면접 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은 “이미 4년 전 채용시험을 거쳤고 매년 학교평가를 거쳐 자질을 검증받고 있는데, 현장경험이 없는 첫 지원자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 이라며 “일정부분 그동안의 경력을 우대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형기준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도한 영어공인인증시험(토익) 점수 반영을 하향하고 교육경력 배점에 경력가산점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교육공무직 대전영어회화전문강사분과 강사들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4일 동안 교육청 내에서 숙식투쟁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문제와 더불어 수업시수 축소로 인한 고용불안논란을 야기했던 대전시교육청의 ‘2단계 분반 지양 지침’은 유보하는 선에서 합의가 끝났다. 다만 경력우대 문제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 해결할 수 없고, 매주 주기적으로 만나 논의를 지속하기로 하면서 일단 12일 숙식투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들의 경력우대, 즉 기득권을 일정부분 인정해 줄 경우 신규 지원자 입장에선 오히려 평등권이 침해당할 소지가 있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은 “단순히 토익점수를 가지고 신규채용 절차를 거치라고 하는 것은 결국 기존 강사는 내쫒고 갓 대학을 졸업한 새로운 인력을 뽑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며 “교육경력 역시 사설학원 강사나 대학 강사, 평생교육시설 경력자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문제” 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교육공무원 공개채용에 특정 경력자를 우대하거나 유리하게 전형기준을 변경할 경우 또 다른 법적 시비나 특혜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일부에서 이미 “처음부터 계약직 형태로 출발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를 기득권층의 전유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전시교육청이 “영어회화 전문강사 만기자들에게 신규채용 시 특혜가 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타 지원자와 동일한 조건하에 응시해야 한다는 법률 및 교육부의 지침에 어긋나는 점이 없는지 법률 자문을 토대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 교육가족이란 입장에서 140여 명에 달하는 구성원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평등권 침해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기득권 인정을 택할 수도 없는 대전시교육청만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