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 서정춘 作

[詩 읽는 아침] 김영수 13-14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2013-05-27     김영수

종소리 / 서정춘 作

한 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 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그대여! 내가 울린 종소리를 듣고 계시는지요? 내 그리움을 가득 실어서 그대가 머무는 곳으로 울려 보냅니다. 그대가 계시는 곳 어느 곳인지 모르지만 바람은 약속했습니다. 절대 반송되게 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낮에는 눈부신 햇빛 속에 가려져 있지만, 달뜨는 밤에는 그대 모습이 달에 비치이고, 달 없는 밤에는 별들이 그대를 향해 속삭여 줍니다.

그대여! 평안하소서. 어떤 고난도, 어떤 슬픔도 없기를 기원합니다.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그런 나날들로 채워지소서. 거짓에 속지 말고, 떠보는 말에 흔들리지 마소서. 그대 가슴에 내 그리움을 묻습니다. 추운 날에는 온기일 것이고, 더운 날에는 시원한 바람일 것입니다. 그대를 향한 저의 그리움은 괄호가 필요 없습니다. 고무줄처럼 늘어지거나 줄지도 않습니다.

그건 항아리에 오래 담긴 물도 아닙니다. 그저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자유 바로 그것입니다. 그대 머리카락 한 가닥이라도 붙잡지 않는 구속 없는, 자유 바로 그것입니다. 그대가 피식 웃는다 해도, 그리움에 눈이 먼 나의 종소리를 돌려보내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