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판사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판결 호도하지 마라!” 정면 비판

2017-12-02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던가.

세 번은 꾹 참았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드디어 목소리를 낸 판사가 있다. 지난 2014년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로 법원 내 파문을 일으켰던 현직 김동진 부장판사가, 최근 서울지법의 구속적부심에서 (피의자들에게) 세 차례나 석방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최근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으로 담당 판사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날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대외 방어에 나선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여서 그 발언에 폭발력이 더해지고 있다.

인천지방법원 소속 김 부장판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달 22일 신광렬 부장판사가 구속적부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을 석방시킨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판사는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하여, 나는 법 이론이나 실무의 측면에서 동료법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위 석방결정에 대하여 납득하는 법관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내가 법관으로서의 생활이 19년 째인데, 구속적부심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법조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특정한 고위법관이 반복해서 하고 있다”며 “그 법관의 권한행사가 서울시 전체의 구속실무를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있는데, 이를 비판하는 것이 왜 정치행위라는 식으로 폄훼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판사는 이어 “법조인들은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벌거숭이 임금님을 향하여 마치 고상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판사는 지난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 위반혐의에서 무죄로 선고되자, 법원 내부 통신망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을 통해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 판결을 했다고 비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