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영화 <1987> 단체 관람 후 밝힌 소감이란...

2018-01-12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보고 울었다는 기사만 나온다. 그걸 누가 밝혔나?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 대통령이 왜 우느냐.” (곽상도 의원)

“1987년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요한 결절 지점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포장해야 되는지 묻고 싶다.” (김성태 원내대표)

이처럼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화 <1987>을 놓고, “우리 것인데, 대통령이 왜 우느냐”며 딴죽을 걸었던 자유한국당에 12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이날 임직원 단체로 해당 영화를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영화에 대해 단체로 관람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관람 후 밝힌 그들의 소감.

영화 관람 후 김대식 원장은 “’1987’이란 숫자는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아픈 손가락’”이라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 준 제작사와 스태프, 배우들 그리고 배급사 모두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다른 직원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정치색이 있는 영화라는 주장에 다소 우려됐다”며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1987>은 정치가 아닌 역사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빨강색 ‘좌파 영화’라고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며 경원해오던 당 지도부와는 분명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영화 속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회장이던 박종철 열사가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수사관들에게 고문·폭행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13일 자신의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에게 연행됐고, 경찰이 ‘민주화추진위원회사건’ 관련 수배자인 박종운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그 후배인 박종철 열사를 체포한 것이다.

갖은 심문에도 박종철은 선배의 소재를 발설하지 않고, 고문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하지만 박종철의 죽음을 지켜본 선배 박종운은 2000년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서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까지 세 번 도전해 낙선한 바 있다.

사건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군부독재 반대 시위를 이끈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전날 JTBC '썰전'에 나와,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이 정당을 선택해서 정치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 변절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러나 박종운이 그 당을 선택해서 갔을 때, 박종철 유가족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내 아들을 죽인 사람들과 같은 진영으로 갔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박종운·우상호 같은 사람들은 선택의 자유가 없다. 죽음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종운이는 종철이를 생각하면 정치를 안 하든가, 다른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