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전 실장 “이젠 이명박 대통령께서 사과와 용서 구해야 할 때”

2018-01-20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판도라 상자’의 키를 쥐고 있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20일 “이 전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사과 드리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게 최선이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김 전 부속실장은 특히 “저는 어떤 사실을 폭로한 것도 아니고, 피의사실에 대해 소명했을 뿐”이라며 “그런데 워낙 검찰 수사가 탄탄하게 진행돼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은 그 한 분밖에 없다. 참모들이랑 숙의할 때 그런 진실들을 소상히 이야기하셔야 할 텐데, 사실관계를 모르는 참모 20~30명 모아 놓고 이야기해봤자 무슨 답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고 이날 <한국일보>가 전했다.

근래 서울 학동 자택에서 측근들이 자주 모여 검찰수사에 관한 대책을 숙의하며,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일전불사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혀 무의미하고 쓸 데 없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사실상 MB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는 발언인 셈이다.

그는 또 “‘대통령에게 이런 돈 쓰면 안 된다’고 충언하지 못한 죄가 크다”고 자책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들의 시선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이 이날 털어놓은 발언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검찰수사에서 진실을 밝힌 배경은.
▲배신감이나 복수 때문에 나선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겐 가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다해야 한다. 더 이상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안되지 않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나가겠나.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 높아졌나. 그런 상황에서 제가 안고 갈,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검찰에서 적극적으로 진술했다는데.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검찰 수사가 워낙 탄탄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에게 이런 돈 쓰면 안 된다’고 충언하지 못한 죄가 크다.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께서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MB에게 특별사면과 부인 장례식 문제로 불만이 많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재판에 오갈 때 굴비처럼 엮여서 끌려 다니는 게 인간적으로 힘들어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심에 가서도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구속된 지 6개월쯤 됐는데 어찌 대통령이 사면할 수 있겠나. 사면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또 (저축은행 비리로 연루된) 수형자와 관련된 장례식장에 이 전 대통령 내외가 올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 직계가족 한 사람이라도 오셨으면 하고 섭섭함을 표한 적은 있지만,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많이 와 조문하고 격려해줬다. 특히 부속실 직원들은 상중인 3일 내내 도와줘 크게 위로가 됐다. 당시에는 청와대에 누를 끼치고 나온 상황이었으니 고맙게 생각한다.

-MB 측에선 김 전 실장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데.
▲제가 어떤 사실을 폭로한 것도 아니고, 피의사실에 대해 소명한 것인데 마치 어떤 복수심에 의한 배신자로 비치는 게 힘들다. 저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 할 뿐이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은 그 한 분밖에 없다. 참모들이랑 숙의할 때, 그런 진실들을 소상히 이야기하셔야 할 텐데, 사실관계를 모르는 참모 20~30명 모아 놓고 이야기해봤자 무슨 답이 나오겠는가. 관련 내용을 알 만한 사람은 MB 말고는 없다. 김백준 전 기획관과 제가 국정원 특활비 통로였는데, 서로 간에도 모를 정도였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MB 기자회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봤지만 심적으로 좋진 않다. 특활비가 과거 관행인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이제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들이 관행이라고 용납할 수는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사과 드리고 용서 구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게 최선이지 않겠나. 물론 제가 과거의 잘못으로 누를 끼친 점이 많고, 이미 많은 잘못을 저질러 수사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도 송구스럽다. 한 때 모셨던 분이라 섭섭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저도 ‘이러시면 안 된다’하고 충언을 하거나 바로잡지 못한 죄가 있다. 제가 잘한 게 뭐가 있겠나.

-방미 중인 김윤옥 여사가 특활비로 명품을 구입했다는 진술을 했다는데.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검찰이 물어본 적도 없다.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겠나.

-김 여사 측에 전달한 돈은 얼마나 되나.
▲1억원 상당을 애초에 미화로 받아 그대로 전달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국정원 직원에게 받았다는 정도밖에 말 못 한다.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것은 맞지만, 항간에 보도된 것과는 달리 강현희 제2부속실장이 아닌,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다른 여성 행정관에게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