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어디서 뭘했나

'경찰은 눈뜬장님, 선생님은 딴짓'

2013-07-19     이정민·배다솜 기자

지난 18일 태안백사장해수욕장에서 일어난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5명의 실종참사는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어른들이 만든 인재였다.

해병대캠프사고캠프 업체는 교관 단 둘이서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한꺼번엔 물에 넣어 훈련을 시켰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구인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은 채 갯골 인근에서 훈련을 감했다. 이곳 갯골은 물살이 워낙 세 이곳 원주민조차 배를 돌려갈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물속에 들어간 90여명의 학생들을 통솔한 어른은 사설캠프 훈련교관 단 2명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온 7명의 인솔교사는 사고 당시 현장에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해양경찰서는 19일 오전 공식브리핑을 통해 "사고는 이날 오후 5시경 뒷걸음질을 해 허리춤 깊이까지 물에 들어간 학생들이 순간적으로 갯골에 빠진 뒤 파도에 휩쓸려 일어났다"며 "당시 기상도 나쁘지 않았고 간조 직전이라 조류가 완만했고 파도도 높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대로라면 학생들이 허리춤 깊이까지 완만하게 걸어 들어갔다가 바다속 낭떠러지와 비슷한 형태의 갯골에 빠지면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키가 작은 애들은 목이 찰랑거릴 정도로 계속 깊이 들어갔는데 교관이 막지 않았다. 키가 큰 애들 어깨를 잡고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모두 허우적 거리기 시작했다"고 증언해 경찰 발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갑자기 허우적거렸다는 부분은 아마 갯골에 빠지면서 그랬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와 학생들의 증언이 다르자 사고 당일 밤 학생 일부도 경찰서로 불러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황준현 태안해안경찰서장은 "법 위반 사실은 아직 수사 중이다"면서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수영을 하면 안된다"고 말해 업체 측이 안전관리소홀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명조끼가 부족해 입지 못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황 서장은 "확인한 바 대로라면 업체는 200개의 구명조끼를 보유하고 있다. (조끼가 부족해)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구명조끼 미착용 영업행위 단속에 대해선 "사고 당일 두 차례나 이곳을 지도순찰했지만 위법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인솔교사가 훈련현장에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유족 및 실종자 부모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부분이다.

학부모 한 명은 "사고 나고 달려와 선생님들한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다들 얘기가 달랐다. 알고보니 현장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며 "한 선생님은 식사시간이 다 됐는데도 아이들이 숙소로 돌아오지 않아 여섯시가 다 돼서야 해변으로 가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는 사고 발생 약 한 시간이 지나서다.

한편 이번에 학생들을 훈련시킨 해병대캠프는 지난해 10월 태안군에 등록한 업체로 32명의 종사자 중 인명구조사 및 1급수상면허 각각 5명과 2급수상면허 3명 등 13명이 관련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독기관은 태안군청으로 해당관청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했는지 여부는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