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영미 “대한항공 광고를 보고 구역질 나서 …13년 전에는”

2018-05-13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작가 최영미 시인이 TV화면에 나오는 대한항공 광고를 보고, 지금도 아주 불쾌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대한항공의 13년 전 광고를 떠올렸다.

최 시인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한항공 광고를 보고 구역질 나서, 13년 전에 쓴 시와 시작노트를 올린다”며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다 왜 Korean Air가 생각났는지…”라는 글로 운을 뗐다.

Korean Air... I am a very stylish girl. I am a very stylish girl... (She is walking like 

a model) ...Yes, you are a very sexy girl. May I ride on you?...Korean Air.

그는 2005년에 펴낸 자신의 시집 <돼지들에게>에 실린 시와 시작노트를 끄집어냈다

그는 시작노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항공회사의 국내 광고인데도 한국어가 한 마디도 들리지 않는 파격에 대응해, 나도 영어로 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주 멋진 여자예요. 노래에 맞춰 그녀들은 몸을 흔들며 걸어 나온다. 탐스러운 입술을 벌리고, 요부처럼 눈을 지긋이 감고, 손을 뻗어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는다.”

그는 특히 “목까지 올라간 정장차림의 제복이 어색하게 요염한 인형들은 포르노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며 “나체가 외설의 핵심은 아니다. 과도한 노출이 없어도 화면에 크게 잡히는 얼굴표정과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얼마든지 성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상식의 허를 찌르는 발상은 성공적이었지만, 뒷맛이 씁쓸했다”며 “아시아에 특유한 접대문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라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항공사들은 여자승무원의 관능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물을 만들지도 않거니와, 감히 공중파로 내보내지 못한다”며 “제복을 입은 여성들이 모델로 등장해 야한 몸짓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패션쇼가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는지? 여성노동자들을 성적인 기호로만 표현한 홍보물에 해당항공사의 노동조합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여성단체들의 항의가 없었는지? 정말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이다.”

그는 또 “‘a very stylish girl’은 페미니즘의 유행에도 불구, IT강국이라는 촌스러운 자랑이 부끄럽게도, 우리나라가 아직도 전(前)근대적인 봉건사회임을 세계에 화려하게 광고했다”고 지적했다.

“이 이상한 광고를 본 뒤에 저, 제 돈 내고 대한항공 탄 적 거의 없어요. 비싸기도 하고 재수 없어서. 그나저나 해외 여행한 지 꽤 됐는데, 올해는 유럽에 갈 수 있으려나...어머니 상태에 달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