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녹취파일] 혜화역 시위 “문재인 재기해”…패륜적 구호와 심각성

2018-07-08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7일 열린 서울 혜화역 시위에서는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패륜적’ 구호가 터져 나왔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재기하라’라는 구호로 문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은 주도자들이 “저희는 합법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대통령의 문제된 발언을 폭로하게 되었다”며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말하는 ’제기해‘는 사전적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도 제기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참가자들이 “제기해, 제기해”라는 구호를 큰 소리로 내질렀다. 이들은 “(여성을 챙기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 표를 가져가 당선된 문 대통령은 여성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마라”고 외쳤다.

마이크를 잡은 진행자의 말로는, 이들이 내지른 구호가 '제기해'인지 '재기해'인지는 발음상 아리송하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이들이 상투적으로 쓰는 애드립 중에 '재기해'라는 용어가 있다는 점에서 '제기해'라는 주장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시위 현장 곳곳에는 성적인 조롱과 함께 자극적인 문구들이 적힌 피켓들로 넘쳐났다.

당연하게도 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적지 않다. 박진성 시인은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18년 7월 7일 혜화역 시위가 ‘메갈들 쇠락의 시작’으로 기록될 거라는 데에 나의 손모가지를 건다”며 극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특히 “’백래시’를 멈춰라. '모든 반대는 백래시'라고 단정하는 그 백래시를 멈추라”고 호통쳤다. ‘백래시(backlash)’란 사회적 변화 등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내가 이해하는 백래시는 역사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전진할 때 반대 세력의 부당한 행위를 지칭할 때 쓴다”며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없이는 어떠한 운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진행자는 오히려 ‘문제를 제기해’라는 뜻이라며 사실을 호도했다”며 “갈등 표출방식이 너무 패륜적인 것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여성들에게 ‘자살’로 속죄해야 할 만큼 큰 죄를 지었냐”고 묻고는, “’문재인 재기해’는 젠더 이전에, 인간으로서 용납해선 안 되는 말이었다”고 꾸짖었다.

한 누리꾼은 “’재기해’라는 말을 쓰는 이들은 페미니스트도 뭐도 아니다. 그냥 미친 사람”이라며 “죽은 이에 대한 모욕이며, 산 자에 대한 저주와 다름 없다”고 ‘비정상’으로 몰아쳤다.

한편 '재기해'라는 부정적인 애드립은 남성인권운동가였던 故 성재기 씨가 한강에 투신자살한 것을 조롱하는 데서 시작된 말로, '너도 성재기처럼 자살하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극단적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메갈'이나 '워마드' 등 여성들이 그를 타도대상으로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 혜화역 시위 중 ‘문재인 재기해’ 음성 녹취파일
https://youtu.be/QtpsoIXkpyE?t=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