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래, 예수금 6230억 쌓아만 놓고 ‘적자 운용’
예나래, 예수금 6230억 쌓아만 놓고 ‘적자 운용’
예금보험공사의 꼼수
  • 김형철 기자
  • 승인 2012.08.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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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4.9%대 예수금, 3.8% 받고 다시 은행 예치

부족분은 고금리 대출이자로 메워

BIS 자기자본비율·재무 건전성 높이려

예금금리 낮춰 지출 축소

부실채권 회수 못할까봐 대손충당금 미리 확보

 

지난 2월 대전상호저축은행이 부채 초과를 이유로 대전지법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았다. 대전저축은행은 당시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 BIS 자기자본비율,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투자하는 은행들이 지키도록 규정한 자기자본비율이 -25.29%로 기준인 5%에 미달에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됐다. 이에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예금보험공사를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했고, 대전상호저축은행의 재산에 관한 관리처분 권한은 예금보호공사가 갖게 됐다.

현재 대전상호저축은행은 예나래저축은행으로 명칭이 바뀐 상태로 예쓰·예솔저축은행과 함께 가교저축은행으로써 매각이 한창 진행 중이나 자산 매각에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

예나래저축은행의 지난 제33분기말(20123월말 기준) BIS 자기자본 비율은 23.66%로 기준인 5%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부도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 및 재정 건전성을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한 것은 물론 예보가 제3자에게 매각하기에 최적의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예보가 BIS 자기자본비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가 숨겨져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 단시간 끌어올리기

가교저축은행은 파산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임시로 인수하여 합병, 채권·채무 관계 등 후속 조치를 수행하는 임시은행이다. A라는 은행이 파산 또는 인가 취소가 날 경우, 예금보호공사가 B라는 가교은행을 설립, 채권채무를 인수한 뒤 적당한 주인을 찾아 매각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교은행은 A은행의 자산과 부채 규모를 감안해 적정한 선에서 예금인출 동결조치를 취하고, 가교은행 명의로 예금 입·출금, 수출입 업무 등 최소한의 업무를 지속한다. 이는 은행 파산의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동시에 은행 업무를 정상적으로 지속함으로써 다른 은행에 합병될 때까지 사업권 가치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파산 저축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떠안았고, 인수 과정에서 임시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공적자금회수 차원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제3자에게 매각해야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재무건전성 확보, BIS 자기자본비율을 짧은 시간 내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시키기 위한 조치를 내린다.

저축은행의 주요 수입은 예수금과 신용 대출이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일반은행에 비해 높다. 따라서 수익을 내려면 대출이자를 높여야 하고 다른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예나래저축은행의 1년 예금금리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5%대에서 현재 3.45%로 떨어졌는데, 이는 시중은행의 3.8~4%대 금리보다 낮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예금이자가 낮다보니 예금자들이 볼 땐 저축은행 보단 시중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볼 수밖에 없고 사실상 예나래저축은행은 예금자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예수금이 쌓여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수입, 즉 예수금이 없다보니 수익을 창출할 신용 대출조차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예나래저축은행의 제33분기말(20123월말 기준) 자금 조달 및 운용현황을 살펴보면 예수금은 6230억원으로 전체 자금 조달비용 6852억원 중 90.92%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4.94%의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신용 대출을 통한 수익이 적은 관계로(대출금 2003, 이자율 8.85%), 자금조달 합계 6852억원 중 4799억원을 다시 3.83%의 낮은 이자로 은행에 예치시켰다.

다시 말하면 지난 제33분기말 당시 예나래는 3.83%의 낮은 이자율로 예금을 예치시키면서 4.94%의 높은 이자를 예금자에게 돌려주고 있었다는 얘기다.(마이너스 부분은 대출금 이자로 충당) 또 예나래의 제33분기말 총자산순이익률은 -0.35%로 지난해 같은 기간 -0.67% 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예금보험공사는 임시로 떠안은 가교저축은행을 관리하면서 경영정상화보다는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도 높은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예보의 꼼수가 숨어있다.

예나래는 예금금리를 5%대에서 3.64%로 낮춰 예금자에게 돌려주는 이자 지급을 대폭 축소해 BIS 자기자본비율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또 거래기업의 부도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미리 확보해 둬 자본이 잠식되는 것을 막았다. 대손충당금을 확보해 놓으면 거래기업의 부도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도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받지 못하게 된 채권이 대손충당금보다 많으면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익을 창출하는 신규 대출은 이뤄지지 않고 예금이자만 지급하는 역마진 상태에 놓이게 된 만큼 경영정상화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예보는 BIS 자기자본비율을 들어 비싼 값에 팔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수익이 나지 않으면 결국 기업가치가 떨어져 매각에 차질을 빚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예쓰·예나래·예솔 등 가교저축은행 3곳은 모두 정상적으로 순익을 내는 곳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경영 정상화보다는 매각에 초점을 맞춘 예보의 가교저축은행 운영방침으로 가교저축은행마저 부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예보, 예나래-한주저축은행 묶어서 판다

한편 인수희망자가 없어서 매각이 무산된 한주저축은행이 가교저축은행인 예나래로 24일 계약이전된다.

세종시(옛 연기군)  기반으로 둔 한주저축은행은 총 자산 1500억원의 소규모 저축은행으로 지점이 전무한 상황에서 인수희망자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한주저축은행의 경우 솔로몬·한국·미래 등과 함께 매각을 진행했지만 유찰됐으며 향후 예나래로 자산·부채가 이전돼 매각이 추진된다.

예금보호공사는 예나래와 한주저축은행을 묶어서 팔면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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