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문을 닫은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의 수는 8만 2000여명으로, 이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5000만원까지만 보장받았다. 또 5000만원이 넘는 부분은 부실 저축은행이 정리된 후 남은 금액을 차등 지급받게 된다.
문제는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지원한 예보기금은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조성한 민간 재원이라는 점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폐기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안’을 보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 특별법은 현행법상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의 피해액 일부를 보상하는 게 뼈대다. 결국 수많은 은행 예금자와 보험 가입자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쌓아 둔 예보기금을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쏟아 붓겠다는 셈인데, 8만 2000여명을 위해 모든 국민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금융의 핵심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예금보호공사(이하 예보)는 부실금융기관의 효율적 정리를 위해 2009~2011년에 부실저축은행으로부터 계약 이전받은 가교저축은행인 예나래·예솔·예쓰의 제3자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즉 예보는 파산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임시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인수한 셈이다.
예보는 가교저축은행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높은 가격을 책정해 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제3자에 의한 매각이 계속 늦어지면 개별 매물의 가치도 떨어지게 돼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가교저축은행이 팔리지 않거나 부실화될 경우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예금보호공사(이하 예보)가 회수 못 한 공적자금도 수십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517개 부실 금융기관에 110조 9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해 49조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공적자금 회수율은 44.2%에 불과하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은 61조9000억원으로 공급 규모의 65.8%에 달한다.
2003년 만들어진 예금보험기금은 저축은행의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기준 5조 2203억원의 적자를 냈다. 또 올해에도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이어져 저축은행에서만 2조4000억원이 부실화돼 예금보험기금 누적 적자는 지난달 말 현재 10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공적자금이란 정부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재정자금으로, 금융기관이 기업여신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해질 경우에 정부가 투입하는 자금을 의미한다. 이 돈은 정부예산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는데, 이 자금 중 예보가 발행한 채권의 이자와 원금손실은 예산으로 부담하므로 이 부분도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