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인력풀의 한계?
세종시 인력풀의 한계?
  • 신상두 기자
  • 승인 2013.10.13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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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사무관 A씨는 요즘 세종시에서 겪은 일 때문에 입맛이 내내 쓰다.

지난달 그는 세종시 K사무관과 직장 맞교환을 위해 세종시 면접을 봤다. 무난히 합격.

하지만 몇 일 전, 인사교류를 ‘없던 일’로 하자는 시측의 통보를 받았다.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세종시 이전 근무에 따르는 여러 가지 사안들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더욱 그랬다. 당황스러운 건 K씨도 마찬가지. 그는 중앙부처 전출을 위해 면접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건 ‘사정상 못가게 됐다’는 인사부서의 말 뿐이었다.

‘없던 일’로 하자는 근거는 K사무관이 타 중앙부처로 빠져 나갈 경우, 세종시의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것. 이 같은 市의 해명은 참 궁색하게 들린다. 앞뒤가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K사무관이 반드시 필요한 구성원이라면 애시당초 전출불가를 내렸으면 그만이었던 일이다. 그랬으면 당연히 권익위 A사무관이 세종시까지 내려와 면접을 보고 ‘통과’ 판정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 시의 논리대로라면 세종시에는 소위 ‘기획통’인물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어서 모양새가 우스워졌다.

이번 일의 속사정은 이렇다. K사무관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서울로 전출가길 원했고 시 수뇌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막상 K사무관이 하던 일을 떠맡으려는 계장(사무관)들이 거의 전무했다. 광역업무가 낯선 기존 연기군 출신 공무원들은 ‘문서작업’의 부담이, 중앙부처 전입자들은 ‘업무 특성상 내년 선거판에 끼어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로 기피했다는 후문이다.

한 시공무원은 “기획파트는 할 일만 많고, 열심히 해도 표는 안 나는 부서”라며 “특히, 내년 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련 정책공약 등도 개발할 소지가 커 대부분의 계장들이 꺼리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앞으로의 문제는 이번일이 A,K 두 사무관만의 피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관간 신뢰는 약속 이행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세종시가 거의 일방통행 식으로 일처리를 했다는 점에선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세종시가 타 기관들로부터 광역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일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타 기관과 연계된 업무처리시 어설픈 행정으로 ‘책잡힐 일’ 좀 피했으면 한다.

세종시는 이제 갓 태어난 지방자치단체다. 제대로 된 광역시로 자리잡기 위해선 중앙의 각 부처에 기댈 일이 많다. 중앙부처에 친구를 사귀어도 시원찮을 마당에 적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영어표현에 A promise is a promise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약속은 약속이다’는 뜻이다. 약속은 꼭 지켜야한다는 의미다.

개인간의 약속이행뿐만 아니라 단체간의 약속 실천은 더더욱 중요하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다양한 중앙부처 우수 인력들을 ‘사정을 해서라도’ 받아들이자. 현시점에서 세종시 인력풀을 다양화하고 깊게 하기위해선 그 방법이 최선이다. 기존 인력의 승진을 위해 외부에서는 하위직급만 받으려 한다는 비아냥을 그냥 넘기지 말자.

신생조직을 살리는 것은 다양한 인적 구성이고, 이들로부터 나오는 에너지가 세종시를 진정한 광역시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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