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기관장, 그냥 놔두면 안되겠니?
출연연 기관장, 그냥 놔두면 안되겠니?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3.11.03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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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이 뒤숭숭하다. 신임 기관장 인사 때문이다.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장을 중도 사퇴시킨 것도 모자라 신임 기관장을 선임하는 족족 ‘박근혜 정권 사람이네’, ‘이미 내정됐네’하는 소리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임 원장은 정수장학회에서 활동했던 경력으로 친박 낙하산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고, 한국원자력연구원 신임 원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및 사무처장과 고교동문으로 ‘내정설’이 불거지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최근 열린 한국기계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이미 신임원장과 이사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폭로되기까지 했다. 거론된 인사들은 대전과학기술계 박근혜 지지선언에 참여하거나, 정권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전력이 있는 친박 인사들이다.

특히 이들 두 기관은 기관장이 임기 중 중도사퇴한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기관장에 앉히기 위해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는 추론도 가능해진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제기된 의혹대로 된다면 또 한번 친박 낙하산 보은인사의 전형이란 오점을 남기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쯤 되면 ‘막 가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시절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했던 “박근혜 당선인은 헌정사상 최초의 이공계 출신 대통령으로, 과학기술의 합리성을 국정의 중심에 세울 것으로 과학기술계의 희망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라는 말도 머쓱해질 만하다.

박근혜 정권이 수 차례 반복했던 과학기술계의 자율성과 전문성 유지는 물론 과학기술계 기관장에 대한 ‘임기 중 중도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약속도 ‘허언’으로 그치게 될 공산이 커졌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계 기관장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중도에 옷을 벗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언제나 정권창출에 힘쓴 공신들이 돌아가며 차지했다.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기관운영은 물 건너갔고,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할 기관장들은 자신을 임명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춤을 추는 결과를 낳았다. 심지어 전문성까지 결여된 경우도 허다해 정부출연연구기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했다.

당연히 기관장들의 리더십은 흔들렸고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 그 여파는 연구기관에 까지 미쳐 미래성장동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창출은 물론 이웃하고 있는 일본에서 수 차례에 걸쳐 수상한 노벨상 하나 타내지 못하는 부끄러운 자화상만을 노정했다. 

과학기술계에서 기관장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자리로, 그 어느 공공기관보다도 막중한 임무를 가진 핵심요직이다.

과거처럼, 또 지금 보여지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공공기관이라고 ‘연구기관 기관장 하나쯤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발상은 한참 잘못돼도 잘못된 인식이다. 

이제 그만큼 흔들었으면 그만둘 때도 됐다. 지금은 기관장 놀음에 빠질 때가 아니다. 그 보다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관장 선임을 통해 기관을 안정시키고 연구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는 우(愚)를 박근혜 정부가 또 다시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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