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짓밟은 대통령 호위무사
국회의원 짓밟은 대통령 호위무사
[노트북을 열며] 한남희 사회팀장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11.24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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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희 사회팀장
댓글의 도움을 받아 당선됐다고 해 ‘댓통령’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취임 첫 국회에서 시정을 했다. 그의 연설은 예상했던 바대로 갈등을 풀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정국을 격정의 회오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안 하느니 만 못한 연설이었다.

서른다섯 번에 걸친 새누리당 의원들의 ‘영혼 없는’ 박수갈채에 박 대통령은 구름 위의 산책을 했을지도 모른다. 경색된 정국 타개라는 야당과 국민들의 요구는 애써 외면한 채 말이다.

여기까지야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다. 예기치 못한 사단은 연설이 끝나고 그가 국회의사당을 빠져 나간 뒤 벌어졌다. 청와대 경호원(지원요원)이 국회 본관 앞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정치의 중심은 국회이며 이를 존중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의 호위무사들은 10여 분 뒤 국회 앞마당에서 국회의원들을 처참히 짓밟았다.

강 의원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회를 떠났음에도 청와대 경호버스로 쳐 놓은 ‘차벽’이 제거되지 않아 강 의원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로 차량을 살짝 찼는데, 청와대 소속 운전요원인 현모 순경이 경호원과 함께 강 의원의 뒷덜미와 허리를 잡고 팔을 꺾었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서 민주당 박수현 의원 등이 소리를 지르며 국회의원임을 밝혔지만, 청와대 측의 완력은 3분가량 지속됐다.

문제는 이후 청와대의 대응이다. 청와대는 당일 현모 순경이 강 의원의 머리에 안면을 가격 당했으며 그에 따른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튿날 강창희 국회의장이 “어떤 경위에서든 국회 관내에서 현역 의원에게 물리적 제재를 가했다면 잘못된 일이다”고 말해 사태는 누르러드는가 싶었지만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 등이 동업자정신도 망각한 채 ‘청와대 순경 구하기’에 나서면서 다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우발적 사건으로 치부하기엔 삼각성이 크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국회 본관 앞마당으로 시정연설 뒤 야당 의원들의 집회가 예정된 곳이었다. 과연 청와대 소속 경호원이 야당 소속 국회의원인 줄 모르고 목덜미를 잡았을까 의문이다. 얼굴을 몰랐다고 하자. 시민이 난에 없이 국회 앞마당에 들어와 경호원 버스를 발로 찼다고 한들 어려명의 경호원이 달려들어 목을 조르고 팔을 꺾는 게 정당한 것인가 묻고 싶다. 그들의 뇌에 아로새겨진 이는 국민이 아닌 오로지 박근혜 단 한 사람뿐인 가보다.

얼마 전 박 대통령을 따라 특별수행원으로 프랑스에 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생각난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지존’, ‘박근혜 정권의 차지철’로 통하는 김 의원은 당시 교민들이 에펠탑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규탄 시위를 벌이자 “법무부 시켜서 시위에 참석한 프랑스 교민들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협박해 더 유명해졌다.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 대여당 인식과 정책이 곳곳에 제 2의 차지철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소름 끼친다.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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