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눈은 결코 속일 수 없다
신의 눈은 결코 속일 수 없다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3.12.08 15: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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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근 편집국장

'예수 "죄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한국 언론 "예수, 매춘부 옹호발언 파장." "잔인안 예수, 연약한 여인에게 돌 던지라고 사주." / 예수 위선적 바리새인들에게 분개해 "독사의 자식들아!"→"예수, 국민들에게 새끼 막말 파문." / 예수 "원수를 사랑하라"→"예수, 북한사랑 발언, 사상 검증해야."

이순신 "내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이순신, 부하에게 거짓말 하도록 지시, 도덕성 논란 일파만파." / 김구 "나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통일입니다"→"김구 통일에 눈멀어 민생과 경제 내팽개쳐."

요즘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는 글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조소이자 언론의 역할 중 하나인 '있는 사실 그대로를 알리고 그 사실을 알림에 있어서 요구되는 객관성’을 무참히 저버린데 대한 통렬한 비꼼이다. 언론이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이다. 참으로 아프다.

물론 그냥 웃자고 한 얘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사안이 너무 중하다. 풍자와 조롱의 말, 그 밑바닥에서 커오고 있는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한 진실 보도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조만간 언론의 존재 이유마저 상실될 처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신은 또 다른 불신을 낳고, 종국에는 언론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굳이 여론조사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언론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면 "신문에 나왔다"는 것이 옳은 주장의 근거가 됐다. 논쟁하던 이들도 이 말에는 이의를 달지 않았다. 심지어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신문사나 방송사 등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시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사람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문명의 이기로 보다 많은 정보수단이 생긴 것도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 얘기가 인터넷 등 다른 정보수단보다 더 정확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의 위기’라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물론 이는 언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같은 사안임에도 어제의 잣대가 다르고 오늘의 잣대가 다르니 누가 믿으려 하겠는가?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사 최근 발간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이다’란 책에 쓴 글을 보자.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산동네를 찾아다니자 보수 언론들은 좌파 대통령이 서민들을 선동해 반기업 정서를 고양시킨다는 투로 비난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번에는 새로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아다니자 같은 언론들이 '참 따뜻한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산동네든 재래시장이든 그곳은 새로운 대통령이 다른 어느 곳보다 먼저 살펴보아야 할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다. 두 대통령 모두 힘겨운 하루하루를 사는 사민들을 보듬기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이다. 언론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 한번만 대도 언론이 과거에 한 일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대는 끝났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로 한 진실 보도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시대임을 언론 스스로 알아야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한 '인간의 눈은 속일 수 있을 지라도 신의 눈은 결코 속일 수 없는 법이다’라는 말을 필자는 물론 우리 언론이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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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 2013-12-12 16:10:00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굿모닝 충청이 언론의 사명을 다해주시리라 믿고 응원합니다.

대전언문연 2013-12-10 09:20:56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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