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유공자 언제까지 ‘잊혀진 영웅’으로?
참전유공자 언제까지 ‘잊혀진 영웅’으로?
  • 신상두 기자
  • 승인 2014.03.09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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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세종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6.25참전 유공자 A씨(84세)가 홀로 세상을 떴다. 자식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의 임종을 같이한 피붙이는 없었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쳤고, 가족의 부양을 위해 힘을 쏟았던 그의 외로운 죽음 뒤에는 딱한 사정이 숨어 있다.

A씨의 고향은 세종시 금남면 석삼리. 갖고 있던 논밭을 일궈 가족들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농사꾼이었다. 어느 날 그의 땅이 세종시 개발지로 편입되면서 악몽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농사짓던 땅이 수용되면서 7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보상금을 받았다. 당시 시골에서 억대 액수를 만져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농사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가 삶의 터전을 떠나는 순간 ‘사단’이 벌어졌다.

무슨일이라도 해야했기에 막내아들이 보상금을 밑천삼아 사업을 벌인게 화근이었다. 돈 벌이는 시원치 않았고 사기꾼 농간에 오히려 빚더미만 떠안게 됐다. 여기에,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던 자식들은 빚을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이산가족이 된 셈이다. 급기야 사업을 주도했던 아들은 죄책감에 집에 불을 지르고 자살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고향도 잃고 자식도 떠나보낸 A씨는 우여곡절 끝에 인근 요양병원에 들어가 하루하루를 보내다 최근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한 것은 그가 인추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대표 고진광)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참전용사 묘지에 묻혔다는 점이다.

인추협이 운영하는 ‘6.25참전용사지원센터’ 직원들은 A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듣고 장례비용 등을 마련해 이천 호국원에 시신을 모셨다. 이번 호국원 안장에는 세종시 6.25참전유공자회와 인추협 산하 사랑의일기연수원, 파란나라봉사단 관계자들이 동참했다. 당초, 요양병원측은 A씨가 참전유공자인 사실을 모르고 시신을 일반 공동묘지에 안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예를 보면서, 자식의 사업실패와 그로인한 가족해체는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도 ‘참전 용사’의 결말이 너무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A씨와 유사한 말년을 보내는 6.25참전용사가 많다는 점이다.

인추협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17만 9천여명의 6.25참전용사가 생존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80대의 독거 노인들이 상당수여서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정부지원금은 10여만원에 불과해 생색내기 수준이다. 국가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참전 유공자들은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등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다.

고진광 인추협 대표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참전용사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수 있도록 각종 시설을 운용하고 보훈 예산만 해도 160조원에 달하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며 “우리나라도 (예산이 허락하는 한)최대한의 예우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대표 말을 들으니 미국이 부러우면서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몸을 던진 우리의 참전유공자는 언제까지 잊혀진 영웅으로 남을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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