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도 ‘개인 일탈’이라는 국정원
간첩조작도 ‘개인 일탈’이라는 국정원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4.03.16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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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개인 일탈이다. 이쯤이면 국정원(국가정보원)이 아니라 ‘일탈원’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간첩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증거만으로도 조작은 실체적 진실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이번 사건이 협력자 개인의 일탈이란다.

검찰 수사도 이젠 ‘조작을 했느냐’가 아니라 윗선을 찾아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 말이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두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 나라의 정보기관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댓글을 이용한 선거개입과 증거조작을 통한 간첩조작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고’로 연이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번 증거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계속해서 자가당착 수준의 변명을 일삼아왔다. 속속 드러나는 실체와 국정원의 변명을 보며 국민들은 조작이라는 비윤리성을 질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조작 수준이 저 정도인가’라는 실망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국정원은 기대와 달리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난 9일 사과문을 배포했다. 당체 쓰지 않던 ‘사과’와 ‘송구’라는 단어도 들어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은 문서 위조 자체에 대해선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또 한 번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몰라가려 하고 있다. 자살을 시도한 협력자의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남재준 원장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국정원녀’로 대표되는 댓글 대선개입도 김모(여)씨 개인의 일탈로 치부한 바 있다. 국민들은 국정원을 국정원이 아니라 ‘댓글원’으로, ‘일탈월’, ‘조작원’으로 부르고 있다.

국정원법 2조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두며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돼 있다. 야당은 남재준 원장이 해임되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 대한 감독 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선거에 불법 개입하는 이유는 대통령직속기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사과문을 내고, 대통령은 그 다음날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이 단순히 유감을 표하는 정도로 치부할 사건은 아니다. 이정도면 지사와 감독을 내리는 대통령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수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이란 전제를 달고 지켜보자고 한다.

국민들은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두둔하는 것이고, 결국은 이것이 검찰 수사가 일탈을 한 개인의 꼬리를 자르는 수준으로 전락하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켜보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정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 등 5명이 국정원을 규탄방문하자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이 문서 위조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국정원은 9일 발표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업무처리 과정에서의 미숙함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이지, 위조이기 때문에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간첩을 잡지 못하면 무능하다고 꾸짖으며 분발을 요구할 수 있다. 헌데 있지도 않는 간첩을 조작하는 조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정원은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님을 또 한 번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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