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이 막걸리?…그냥 술이 좋아서 ”
“젊은 사람이 막걸리?…그냥 술이 좋아서 ”
[굿모닝충청人] 세종시서 막걸리 빚기 16년 노진규 유천양조 대표
  • 신상두 기자
  • 승인 2014.04.1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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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신상두 기자] 26살의 젊은 나이에 술도가에 빠진(?) 이후 16년간 우리 민속주를 막걸리를 빚어온 노진규(42)유천양조(세종시 전동면 노장리)대표.

1990년대말 그는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던 막걸리 제조업에 뛰어드는 ‘역발상’을 선택했다.
“그 당시엔 누가 봐도 비전 없는 업종이었죠.(지금도 비슷하긴 하지만 ㅎㅎ) 하지만 누군가는 술(막걸리)을 찾을 것이고 그때를 대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저의 예상이 반은 맞았고 반은 틀린 셈이죠. 막걸리 시장이 90년대말 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활황은 아니니...”
효모향기에 취하고 술맛에 끌려 술을 담그기 시작했다는 노 대표의 못말리는 술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류업에는 언제 어떻게 입문했나.
솔직히 왜 이 일에 뛰어들었는지 모르겠다. ‘집안이 양조장을 했다거나 양조장이 집근처에 있어서’ 같은 그럴 듯한 이유도 없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시작하게 됐다. 대학에 다니던 90년대말 경, 세종시(연기군)전의면에 있던 양조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것도 술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먼 포장이나 배달 등의 잔 심부름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함께 일하던 유통업계 ‘아저씨’들의 꾐(?)에 빠져 주류업계에 몸담게 됐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했지 만든다는 생각은 없었다.  마침 알바를 하던 양조장이 부도가 나서 문을 닫게 돼, 직접 생산해보자는 욕심도 생겼다. 당시 대전보건대 방사선과에 재학중이었는데 ‘술에 빠지는 바람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학교를 자퇴했다.

술 만드는 법을 몰라서 고생했을 것 같은데.
26살에 시작했는데 그해 1년간은 양조기술의 기초를 배우는데 시간을 보냈다. 양조장에서 알바를 했다고는 하지만 술만드는 법을 익힌 것은 아니어서 바닥부터 배웠다.

서울에 있는 국세청 주류지원센터를 오가며 필요한 시설파악과 발효시키는 법 등을 익혔다. 정말 열심히 배웠다. 그렇지만 실전의 벽은 두터웠다. 배운대로 했는데 술맛이 안났다. 식초가 돼서 나오거나 끓어 넘쳐 버리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창업후 3년정도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쳤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처음 5년사이에 2-3억원정도를 술도가에서 날렸다. 각종 발효기계와 술밥기계 등장비 구입에 들어간 비용도 많았지만 ‘공친 대가’도 꽤 됐다. 다행히 집안 어른이 도와주신 덕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왜 하필 막걸리?
처음에는 막걸리 제조가 쉽다는 판단착오에서 시작했다. 당시 지역 양조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젊은 생각에 ‘노인들도 하는데 내가 못하겠어’라는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기존 양조장들이 새로운 제품개발을 거의 안하는 상황에서 소일꺼리 정도로 운영하는 것을 보고 쉽게 봤다. 하지만 그 같은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6년이나 술을 빚었는데 더 배울 것이 있는지.
막걸리 빚는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장의 시설과 공기가 중요하다. 공기에 효모 외에 잡균이 많으면 술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술도가는 공장 이전을 잘하지 않는 이유다)
지금도 가끔 막걸리 양조에 관해 문의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기보다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양조를 시작해 ‘먹을만 한’ 막걸리를 뽑아내려면 최소 3년은 고생해야한다.
 
주력 생산품은.
탁주로는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첨가한 ‘복숭아 생막걸리’와 일반 막걸리인 ‘복사골 생막걸리’가 주력 제품이다. 특히, 복숭아 생막걸리는 2년간의 다양한 실험과 연구 끝에 개발한 술이다.

아울러, 아직 양산은 하지 않고 있지만 본초강목 등의 문헌을 참고해 전통 방식으로 재현한 약주 ‘도화주’가 있다.

민속주 제조자로서의 어려운 점은.
우선은 제조과정상 영세한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생막걸리는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 효모와 온도, 습도 등이 변하면 술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할 일은 많고 이윤은 별로 남지 않는 구조다.

또, 생막걸리는 농주(農酒)나 갈증해소용 정도로 인식돼 소비자층이 얇아 판로 확보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 강화된 위생관련 규제 등도 넘어야할 산이다. 몇 년전 까지만해도 가내수공업형태로 생산을 해왔지만 감독기관이 식약처로 바뀌면서 규제항목이 200건에 달한다.

이 조건을 다 맞추려면 최소 억대의 시설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저는 미리 시설 현대화를 해와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마 지역내 여러 양조장이 문을 닫거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안다.

현재 세종지역 막걸리업계를 주름잡고 있다는데.
우리지역에서는 나름 술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있고, 다른 양조장보다는 시설이 우수한 편이어서 수요를 잘 맞추는 편이다. 이 때문에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세종시 관내 소비되는 막걸리의 60%정도는 우리 제품이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수익을 많이 내는 구조는 아니다. 벌어들인 수익은 시설 현대화등에 거의 재투자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챙긴 것은 공장터와 시설뿐이다. 

무슨 술을 좋아하나. 술이 셀(?) 것 같은 데 주량은.
과거 술을 만들기 전에는 제법 마셨다. 하지만 사업시작후 술을 ‘즐기는’ 수준으로만 마신다.
과음을 할 경우 다음날 막걸리 맛을 느낄 수가 없어서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기적인 계획은 꿈도 못꾼다. 시설기준과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그동안 필요없던 각종 문서작업 등도 해야하기 때문에 단기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는 상황이다.

굳이 장기 계획을 말하라고 한다면, 개발해 놓은 전통약주 ‘도화주’를 백세주급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이 술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것은 물론, 술병 디자인과 판매망 확보 등 여러 가지 난제 해결을 위해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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