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공화국’ 또 ‘세월호’를 잊을까 두렵다
‘망각 공화국’ 또 ‘세월호’를 잊을까 두렵다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4.04.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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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근
우리는 너무 잘 잊는다. 아무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들을 너무나도 쉽게 지워 버린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이지만 그 때 뿐이다. 안전불감증이니, 초기대응 미숙이라느니, 물 샐 틈 없는 안전재난대책을 세워야 한다느니... 항상 같은 소리에, 같은 말들이 난무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전혀 나아진 것은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방화… 언제나 그랬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지난해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한 고교생들이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사고 때도 그랬고, 두 달 전 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는 바람에 신입생 환영회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애꿎은 목숨을 버려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금방 무너지기라도 하듯 호들갑을 떨다가도 어느 정도 사고 수습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전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토록 모질게 몰아세웠던 말들의 성찬은 한 순간에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다. 사고 후엔 차분하게 우리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하는지, 두 번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등을 되짚어봐야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점검하거나 진단하는 이가 없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정부도 잊어버리고, 정치권도 잊어버리고, 국민들도 잊어버린다. 이쯤이면 중증이다. 오죽하면 ‘냄비근성’이란 말로 조롱거리가 될까?

지금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일들을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각종 참사 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넣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했다면, 또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보다 정밀한 안전점검과 함께 갑작스럽게 큰 일이 터져도 일사분란하게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재난 매뉴얼을 꼼꼼히 짜두고 실전처럼 훈련해 왔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호를 선진국이라고 불러왔다. 동방의 작은 나라가 피나는 노력으로 단시일 안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시켰다. 모든 면에서 세계 유수의 나라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도 갖추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긍지와 자부심은 ‘세월호’ 침몰과 함께 한 순간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그렇게 자랑하던 선진국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망각 속에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의 얄팍한 의식을 보면 오히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아닌 ‘배부른 후진국’이라는 자괴감마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더욱 두려운 것은 최악의 참사에도 예전처럼 얼마 안 있어 ‘세월호’를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지나 않을 까 하는 점이다. ‘망각 공화국’대한민국에 바란다. 이번에는 제발 ‘세월호’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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