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부님, 우리 아들 승무원인데요…”
“잠수부님, 우리 아들 승무원인데요…”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4.05.0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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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동 행정팀장
“승무원복을 입은 우리 아들… 나이도 어린 우리 아들, 학생들과 구분하지 마시고 같은 어린 생명 함께 구해주세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25일 세월호 침몰 현장인 진도 앞바다를 다시 한 번 눈물바다로 만든 편지 한 통이 언론에 공개됐다. 실종된 세월호 승무원, 정확히 말하면 승무원 복장은 입었지만 정식 승무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의 부모가 해경 잠수사의 브리핑 시간에 다급히 써내려간 편지다.

행여 다시는 잠수사를 만나지 못할까, 부모는 브리핑을 끝내고 돌아가는 잠수사를 다급히 붙잡고 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바닥에 닿을 만큼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고개를 숙여 바다 속 영어의 아들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이 부모의 아들은 세월호에서 근무하는 서빙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훌륭한 잠수부님!”으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승무원복을 입은 우리 아들! 나이도 어린 우리 아들 학생들과 함께 구분하지 말고 어린 생명 같이 구해주셨으면 하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학생들 인도하다 못 나왔을 겁니다. 평소 그런 애입니다. 승무원복 입은 아이 있으면 같이 구조해 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승무원’이란 죄책감에 드러내고 슬퍼하지도, ‘내 자식은 이런 아이였다’고 말 한마디 못한 채 죄인처럼 지낸 부모의 애절한 심정이 가슴을 먹먹하게 파고들었다. 부모 마음은 다 같을진대, 자식을 차디 찬 바닷물 속에 가둬놓고 남들처럼 슬퍼하지도 못하고 죄인처럼 지내고 있는 부모의 심정이 오죽하랴.

세상의 모든 시선과 관심이 희생된 학생들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단지 ‘승무원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바다 속에서까지 차별을 받지 않을까. 차라리 속 시원하게 울기라도 해봤으면,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피눈물을 되삼켜야만 하는 부모의 비통함이 여느 슬픔에 비견될까.

다른 부모들처럼 소리내어 울고, 소리쳐 불러보고,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피눈물 고인 가슴에 자식을 묻고도 불러보지도 못하는 애끓는 부모의 심정을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이 편지는 구조대원들의 가슴을 적셨다. 이들 역시 모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었다. 자기만 살겠다고 허둥지둥 빠져나온 승무원들의 모습이 오버 랩 됐다. 생명을 담보로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는 구조대원과 민간 잠수사들의 애절함이 떠올랐다.
뼈가 녹아들고 세상이 무너지는 극한의 슬픔이 온 나라를 집어삼킨 상황에서도 일부 당국 관계자들은 자기에게 해가 될까, 전전긍긍한다는 전언이다. 민간 잠수사들의 봉사와 노력은 당국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빛을 잃고 있다. 민간 잠수사들의 실적이 커지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꺼질까봐, 자리를 잃을까봐 거짓 브리핑이 판을 친다는 소식이다.

이들도 부모일 것이다.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알지 못할까. 누가 구조하면 어떠한가. 무엇이 먼저인가. 희생된 학생들의 시신은 한결같이 손을 하늘로 올리고 있다고 한다. 숨이 차올라 마지막을 절감하면서도 엄마, 아빠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게 학생증을 손에 움켜쥐었다고 한다. 이미 국격은 땅에 떨어졌고, 어른들을 믿었던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우리를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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